시민들 울리는 먹튀 헬스장, 먹튀방지법 제정 시급
강수영 법무법인 맑은 뜻 변호사
대구에서 가장 유명한 헬스장 프랜차이즈 중 하나였던 A헬스장이 돌연 폐업하면서, 이용기간이 많이 남아있던 많은 회원들의 피해가 발생했다. A헬스장은 지난 7월 27일, 회원들에게 단체문자로 '최근 고금리 여파와 에너지비용, 인건비 상승 등으로 더 이상 버티지 못하여 운영을 중단함을 알려드립니다' 이렇게 알렸다.
A헬스장은 지난 6월 21일 법원에 법인회생절차를 신청했지만 7월 26일 파산이 결정됐다. 회생이라는 건 빚을 반 좀 넘게 탕감을 하고, 영업을 계속하면서 천천히 빚을 갚도록 하는 절차인데, 법원이 봤을 때 그럴 능력과 가치가 없는 회사라면 그냥파산 선고를 해버린다. 파산은 남은 재산을 다 팔아서 돈을 나누는 것이지만, 돈이 없어서 망한 회사를 파산시켜서 소비자들이 피해를 회복받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헬스장은 보통 3개월, 6개월, 1년 등 장기간 이용계약을 하면 할인이 대폭 되기에,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장기계약을 한다. 그러니 유독 피해가 큰 것이다.
문제는, 헬스장이 회생신청을 하기 직전까지 이런 할인 프로모션을 하고 재등록이나 신규등록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대구만 해도 달서구, 서구에서 작년에도 큰 헬스장들이 갑자기 문 닫으면서 논란이 되었다. 문제는 문을 닫을 예정이면서도 끝물에 더 파격적인 할인을 해서 사람들을 유혹하면, 이용자들은 사람이 북적북적한 것처럼 보이니 곧 망한다는 생각을 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폐업 직후 남은 이용 기간에 해당하는 돈은 꼼짝없이 잃게 되는 것이다. 헬스장 뿐 아니라 요가, 필라테스 등 체육시설에서의 유사 피해가 전국적으로 다수 발견되고 있다.
이 소식을 듣고 환불을 요구하려고 한들 헬스장이 폐업을 하면 연락 자체가 안 된다. 더 난감한 것은 요구의 상대방을 누구로 할지 특정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런 시설을 이용하면서 사업자등록명의를 파악하고 있는 사람, 필자는 평소 거의 본 적이 없다. 특히 프로모션 중에는 현금 결제 시 할인율을 높여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로 환불이 어렵다.
민사소송을 천신만고 끝에 해서 이긴들, 상대가 강제집행할 재산이 없는 무일푼이라면 판결문이 휴지조각이나 다름 없다. 신용카드로 일시불 결제한 사람들도 똑같은 상황에 놓인다. 다만 신용카드 할부결제를 한 사람들은, 신용카드회사에 이의신청을 하면 한 달 정도의 심사과정을 거쳐서 남은 할부 결제가 취소될 수 있다.
한편 업체를 폐업할 예정이면서도 먹튀할 의사로 할인 장기계약 유도를 하는 것은 사기죄가 될 수 있다. 그냥 민사소송을 해서는 이겨도 돈 받을 길이 요원하니, 형사고소를 해서 압박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지금 대구시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의보를 발령했다고 하는데 별 내용이 아니다. 최근 헬스장 피해가 많으니 리뷰 잘 읽어보고 조심해서 이용해라, 장기 계약은 조심해라, 이런 것이다. 그런데 개인들이 알아서 조심해라, 할인 심하게 하는 업체는 잘 살펴봐라, 이렇게 개인에게만 책임을 전가해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체육시설의 설치 이용에 관한 법률이라는 법이 있다. 이 법은 지금, 헬스장 같은 체육시설업자는 휴업이나 폐업으로 이용자들이 이용을 못하게 되면, 3일 이내에 남은 이용기간에 해당하는 이용료와 위약금까지 주도록 규정이 되어 있다. 그런데도 그 돈을 안 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에 대한 아무 제재가 없다. 연 15%의 지연손해금을 가산해주라고만 정해져 있다. 이건 민사소송으로 알아서 돈을 받아내란 말 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체육시설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요가나 필라테스, 헬스장 등 체육시설이 3개월 이상의 이용료를 미리 받은 경우에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보증보험에 의무가입도록 하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보증보험제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보험료의 적정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보험가입을 체육시설 설치 요건으로까지 강제할 것인지, 여러 쟁점이 있지만 현재 국회에서는 뚜렷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치인들이 진짜 정치를 하기를 촉구한다.
[출처] 우리복지시민연합 월간 <함께하는 세상> 통권 324호(2024년 9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