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걸_우리복지시민연합 공동대표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는 현실에서 도시생활의 매력은 단순한 물질적 풍요와 편리함을 넘어섭니다. 유엔이 발표한 2020년 세계 도시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56.2%가 도시에 살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90%를 넘어섰습니다. 이제 도시에서의 삶은 선택이 아닌 운명입니다.
도시 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저(Edward Glaeger)는 "도시화가 인간 번영과 행복의 열쇠"라고 주장하면서 가장 건강하고 친환경적이며 문화적, 경제적으로 살기 좋은 곳이 도시라고 예찬하였습니다. 한편, 도시는 여전히 주택, 교통, 건강, 위생, 범죄, 빈곤 등 만성적인 문제와 씨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도시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도시가 주는 근원적인 자유와 해방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인류 문명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도시는 일부의 우려와는 달리 인간의 자유와 해방 및 인권의 토대입니다. 더욱이 개인의 자아 발전에 기여합니다. 무엇보다도 어느 순간이든 낯선 사람이 동료 시민이 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도시에서는 표면적으로나마 사람의 출신이나 신분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특히 젊은 청년들에게 이 같은 질문을 하게 되면 바로 꼰대가 되기도 합니다. 오로지 개인의 자유 의지에 따라 선택하고, 집중할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소리 없는 혁명의 장으로 인간화와 해방, 주체적 자아의 성숙, 그리고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세상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도시에 살면서도 시골의 정서를 이상적으로(?) 생각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 한구석에 여전히 ‘부족주의’ 사고가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도시와 다른 시골만의 장점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노트북으로 일하면서 쟁기를 그리워하는 것은 정신적 모순입니다. 혈연과 지연, 학연에 뿌리를 둔 부족 사회에서는 인간의 보편적인 윤리와 가치가 자라기 힘듭니다. 우리가 발 딛고 사는 도시를 해방된 공동체가 싹트고 번성할 수 있는 장소로 인식하고, 도시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의 ‘도시공동체 운동’도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사회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다른 지역적 특수성을 토대로 우리복지시민연합 활동 근거지를 중심으로 ‘도시공동체 운동’의 의미를 확산하여 일상에서의 지역공동체 기반을 다지는 새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팬데믹 종식과 일상으로의 복귀를 기대하며 시작했던 2023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코로나의 상처를 치유하고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여전히 만만치 않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변함없이 우리복지시민연합을 성원해 주신 회원님들과 후원자님,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 덕분에 세상은 좀 더 나은 희망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복지연합이 될 것을 약속드리며, 모두 편안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