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노인전문병원이라는 허실,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양상훈_대구서부노인전문병원 노조위원장
2020년 1월 20일 우리나라에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전례 없는 팬데믹으로 인해 내가 살고 있는 대구는 그 당시 가장 심각하고 어려운 위기에 봉착했었다. 그 시기 대구의료원은 위험을 무릅쓰고 코로나 최일선에서 사투를 시작했고 전 국민적 응원과 격려를 받으며 노력했다. 표현이 이상할 수 있겠지만 다행스럽게도 공공의료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국민과 정부가 드디어 우리에게 귀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게 된 시작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관심들 속에 소외된, 그 누구에게도 관심받지 못했고 부끄럽지만 제대로 된 목소리도 내지 못한 공공의료기관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내가 근무하는 대구광역시서부노인전문병원이다.
서부노인병원은 대구의료원이 대구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고, 병원 위치도 동일하며, 의료원장이 원장직을 겸직까지 하지만, 대구 유일의 공공노인전문병원이라는 허울만 있을 뿐 대구시와 대구의료원의 책임 떠넘기기에 방치되어왔고, 제대로 된 실상 파악조차 없으면서 경영악화에 대한 비판과 잔소리나 듣는 애물단지 병원이 되어버렸다.
우리 역시 지난 3월 5일, 코로나 전담병원이 해지되기 전까지 한 개 병동을 요양원이나 시설 또는 가정에 계신 어르신들을 위한 코로나 전담 병상을 운영하였고, 그 여파로 지금은 한 개 병동 60병상을 비워 둔 상태로 운영 중이다. 또한, 공공병원의 특성상 30%의 의료급여환자를 유지하는 계약조건에 따른 그 차액은 일반환자와 비교하면 월 50~70만 원이 적다. 간병비 역시 일반환자와 의료급여환자의 차이도 발생하는데, 의료급여환자의 간병비 차액이라도 대구시의 예산에 포함해달라는 병원 측의 요청도 현재 수용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진료를 제외한 의업 외 수익이나 부대 수익이라도 발생할 수 있는 여건이 전무하다. 국화원 장례식장이 바로 옆에 위치해 장례식장도 운영하지 못하며, 대구의료원이 있어 외래진료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 공공병원이라는 이유로 수많은 제약과 행정력 낭비 등 민간요양병원과 겨루기에는 현실이 녹록지 않다.
대한민국이 고령화사회에 돌입한 지 이미 20여 년이 지났고 2025년에는 초고령화 사회에 돌입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공립요양병원을 설치하고 운영하고 있지만 거의 모든 공립요양병원은 민간 위탁으로 운영 중으로 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지 못하고 있다.
꼭 말하고 싶다. 대구시와 대구의료원은 당신들이 필요하다고 만든 치매 어르신들을 위한 공공노인전문병원이 다음 달 임금 지급이 가능할까 걱정하고 있으니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기 바란다. 그것이 운영비 지원이 되었든 다른 무엇이 되었든 현실을 함께 인식하고 고민하며 대구 시민들이 믿고 부모님을 맡길 수 있는 지역사회의 유일한 공공노인전문병원 하나는 꼭 지켜달라고 말이다.
출처 : 우리복지시민연합 발행 '함께하는 세상' 통권 307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