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석_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일반대학원 장애학과 교수
지난 3월 15일 대통령실은 윤석열 정부 복지 정책의 밑그림을 ‘약자 복지’라고 발표하였다. 정치적으로 조직화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최약자부터 정성껏 챙겨, 사회적 약자와 저소득층에게도 공정한 운동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약자 복지’의 대표적인 대상으로 자립준비 청년, 장애인, 저소득 노인 등을 꼽았다. 그동안 사회복지는 취약한 계층에 대한 보호와 이를 통한 개인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하였기에 별 특이한 점도 없고, 문제점도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집단을 취약계층으로 바라보고 정성껏 챙기고 돌봐 봤자 여전히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계속 취약계층에 머물러 있는 현실은 왜 발생하는지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취약한 사람이란 지역사회가 개인에게 제공할 수 있는 지원, 기회, 자원 등 환경적 자원이 부족하거나 개인의 능력, 자기 통제 등과 같은 개인적 자원이 부족한 사람을 말한다. 즉 어떤 개인이 환경적 자원이나 개인적 역량이 부족하면 취약하다고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취약계층 중 하나가 장애인이다. 그런데 장애인을 취약한 사람으로 보게 되면, 환경적 자원과 개인적 역량을 높이기 위한 실천을 하게 된다. 물론 장애인 당사자에게도 이와 같은 자원의 연결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역량이 부족한 취약한 존재로 보기 때문에 지원의 목적과 수단에 대한 통제를 지원자, 즉 전문가들이 하게 되고, 장애인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려 하게 된다. 결국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람들을 정성껏 돌보기는 했는데, 그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들리지 않게 되고, 계속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계층, 즉 취약계층에 머무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장애인들은 외친다. 취약한 사람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억압받고 있는 사람이라고 외치는 것이다. 또 몸이 불편한 손상 자체를 장애로 볼 것이 아니라, 손상에 대해 우리 사회가 잘못 반응하여 만들어 낸 차별, 배제, 억압이 장애라고 외치는 것이다. 다리가 불편하여 걷지 못하는 것을 장애라고 하지만, 이 보다는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게 저상버스를 제공하지 않아서,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지 않아서, 장애인을 무시하고 천대해서 발생하는 차별, 배제, 억압이 장애라는 것이다. 저상버스를 더 만들고,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100% 만들고, 장애인을 무시하거나 천대하지 않으면 다리가 불편하더라도 이 세상을 남들 사는 만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 중 일부는, 특히 보수정당 정치인들은 저상버스를 많이 만들면 경제가 휘청거린다는 거짓말을 하고,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100% 만들어 달라는 장애인들을 이기적인 집단이라고 매도하고 있다. 더 나아가 시위하는 장애인들 때문에 많은 시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선전함으로써 장애인과 시민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다. 그러면서 취약계층을 우선 지원하는 ‘약자 복지’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정치적으로 조직화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약자에게 떡 하나 줄 테니 찍소리 말고 살라는 것이다. 공정한 운동장을 만들고, 취약계층의 목소리를 높이게 하겠다는 것은 결국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이 이 사회에서 취약한 집단이 아니라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장애인을 취약계층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이 사회로부터 억압당하고 있는 집단으로 봐야 한다. ‘취약계층’인 장애인에게 동냥주듯 무엇인가를 분배하는 정책이 아니라, 장애인이 당하고 있는 억압의 본질을 찾아내고 그 억압을 전문가와 장애인이 함께 걷어 내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장애인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목소리를 높이면서 그럭저럭 살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우리복지시민연합 발행 <함께하는 세상> 통권 307호(2023년 4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