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아_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 대표

 경기도 내 가정법원 가사조사관으로부터 전화 연락을 받았다. 파양을 신청한 가정이 있는데 그 가정을 마지막으로 상담하며 회복을 지원해 줄 수 있냐는 것이다. 한 아이가 가족의 품에서 이탈되지 않을 수 있다면 할수 있는 모든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할테니 연결해 달라고 했다.

 2012년 입양특례법이 개정 이후 입양의 시작과 끝은 가정법원의 판결로만 가능하게 되었다. 파양이 이전보다 훨씬 까다로워진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파양’이라는 단어가 존재한다는 건 참으로 유감스럽다. 입양가정에서 분리된 아이는 다시 돌아갈 출생가족이 없기 때문이며 그렇게 다시 남겨진 아이는 새로운 입양의 기회도, 건강한 삶을 살아낼 환경도 더욱 멀어지기 때문이다. 파양을 결정한 가정의 마무리 상담을 몇 차례 진행한 적이 있다.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마음이 멀어진 상태였던 터라, 가족의 회복을 위한 상담이 아닌 아이를 위해 어떻게 잘 이별할 것인가에 대한 상담이었다. 우리가 무슨 짓을 한건가, 결국 나는 이것 밖에 안되는 건가, 아이에게 최소의 상처를 주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이에게 이 상황을 무어라 설명하면 좋을까. 나를 포함한 모든 어른이 작은 아이 앞에서 부끄러움에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생부모와의 분리를 한번 겪고 입양가정을 만난 아이들에게 닥치는 이런 이별은 치명적일 수 있다. 누구도 신뢰할 수 없으며, 나의 생존은 내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신념이 더 공고해지며 아이는 누구와도 깊은 사랑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사랑을 건네고 싶어 입양했던 아이가 사랑에 가장 무능한 상태가 되어 방출되는 잔인한 결말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아이와 헤어질 때 꼭 해주어야 할 말이 있다면 ‘네 잘못이 아니야’ 라는 말이다. 아이와 갈등하고 아이를 사랑하지 못해 지금에 이른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 오히려 어른인 우리가 너를 끝까지 사랑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사실을 말해 주어야 한다. 아이가 스스로를 가치없어 버려진 아이로 인식하지 않도록, 이별의 원인이 자신이라고 인식하지 않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어른들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이가 입양가정에서 분리되면 어디로 가게될까. 내가 마지막 이별 상담을 했던 가정의 아이는 입양이전에 자신이 살았던 보육원으로 가길 원했지만 그곳은 아이가 살던 가정의 행정구역을 넘어선 타 지자체에 있던 곳이라 판사의 특별한 배려가 필요했다. 한 자, 한 자 간절한 바람을 담아 소견서를 썼다. 심각한 외상을 입은 이 아이가 그나마 익숙한 고향으로 돌아가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어른인 우리가 건넬 수 있는 최대치의 배려가 아닐지 판사님의 자애로운 판결을 부탁드린다고 써보냈다. 한 달 후쯤 문자가 왔다. ‘선생님, 오늘 파양판결 받았어요. 그리고 아이는 원래 있던 **원으로 돌아갔어요’. 다행이라는 생각도 잠시, 정말 이렇게 끝이 났구나. 아이와 가족은 다시 남남으로 돌아가 다른 하늘 아래 살아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며 삶이 참 얄궂다고 느껴진다.

 나는 여전히 파양에 반대한다. 입양을 했다면 어떤 도움을 받고서라도 아이와 함께 할 각오로 삶을 꾸려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삶에 뛰어들어 가혹한 시간을 보내다 이별을 결정한 이들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들이 멈춰선 이유를 다는 모르지만 적어도 자신의 ‘끝’을 보고 싶지는 않다는 바람이었을 것이다. 모두의 ‘끝’이 아닌 모두를 위한 좋은 결말이 되기 위해 어떻게 함께 해야 할까. 갈 길이 멀다.

출처 : <함께하는 세상> 2021년 6월호 통권 28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