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초대석’ 아홉 번째 초대손님은 허미연 회원입니다. 허미연 회원은 2023년 9월, 복지연합에 자발적으로 가입했으며, 대구지역의 장애인부모운동 단체면서 올해 20주년을 맞은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의 사무국장입니다. 이번 호에는 장애인부모운동과 함께하고 있는 허미연 회원의 일상과 활동을 소개합니다.
<질문 1>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를 부탁합니다.
반갑습니다. 장애자녀와 그 가족이 의미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장애인 부모들이 힘을 모아 만든 단체인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에서 사무국장으로 상근 활동하고 있는 허미연입니다.
<질문 2> 장애인운동과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상근은 언제부터였나요?
투철한 의식과 장애인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하지 못한 채 2007년 직장을 구하던 차에 집에서 걸어서 출근할 수 있는 곳이라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장애에 대한 사전 이해가 많이 없이 접하게 된 이곳에서 제가 알던 세상과 다른 곳이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너무 좁은 세상에서 살았구나를 깨우치게 해준 곳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상근생활이 벌써 17년 차가 되어 갑니다.
<질문 3> 17년이군요. 오랜기간 장애인부모운동단체에서 일하면서 개인적인 생애 변화와 부모운동단체의 상근자로서의 생각의 변화도 같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20대 후반에 이 활동을 시작하여 지금은 결혼과 두 번의 출산 그리고 자녀를 양육하면서 어느새 저도 40대 중반이 되었습니다. 청년의 나이에서 이제는 중년이 되고, 노년기의 부모를 돌봐야 하는 경험을 하고서야 이제야 우리 장애 부모님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제대로 이해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조금 안다고 그나마 객관적으로 조언할 수 있다고 자만했던 시절이 조금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부모로서의 삶이 쉬운 길이 아닌데, 장애부모로의 삶은 너무 버겁고 무거운 삶임을 제가 부모가 되고 나서야 조금 더 이해하게 된 거 같습니다.
<질문 4> 독자들이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를 모르는 분들도 있어 단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는 2004년 70명의 장애부모님들이 모여 부모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만든 비영리민간단체로, 올해 20주년이 되었습니다. 9월 10일 20주년 행사도 열릴 예정입니다. 장애 자녀들이 비장애 자녀들과 함께 공부하고, 일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며, 지역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질문 5>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구지부로 소개되기도 하든데, 어떤 관계로 이해하면 되나요?
장애인의 교육권 확보를 위해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전신이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가 2003년 설립되었고, 각 지역의 장애인단체, 장애부모단체들과 함께 장애인교육권투쟁과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정운동을 함께 하였습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정 이후 교육권만의 확보만으로는 장애자녀의 미래를 변화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학령기 이후 장애 자녀의 삶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누리는 보편적인 삶이 되기 위해선 보다 많은 권리의 확보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보다 확장된 활동이 필요하단 부모들의 목소리가 높아져 교육권 운동을 함께 했던 지역의 부모조직들과 함께 건설된 부모조직이 전국장애인부모연대입니다.
지역에서 2003년부터 시작된 장애부모운동은 2008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구지부로서 전국 부모조직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두 개의 조직은 실제 이름이 다를 뿐 하나의 조직으로 보시면 됩니다.
<질문 6>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가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았습니다. 20년 중 17년을 함께했으니 감회가 새로울 것 같습니다. 20년의 부모운동 중 기억에 남는 투쟁은?
2004년부터 시작된 장애부모운동이 벌써 20년이 되었습니다. 20년의 부모운동 중에서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투쟁이 기억이 납니다.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되면서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2022년 227명의 장애부모들의 삭발로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요구하였으며, 이를 통하여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지원체계가 마련될 수 있는 시작점이 열렸습니다.
비장애인으로의 삶을 살다가 자녀가 장애라는 이유로 한순간에 장애인으로의 삶의 변화가 너무나 비교되는 현실에 처참함을 느끼며, 삭발을 해서라도 자녀의 삶의 변화를 끌어내는 부모님들 옆에서 지원하며, 간접적으로나마 느끼는 처참함 속에서도 피어나는 우리 부모들의 의지와 강인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질문 7> 올해 20주년을 맞은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의 주요 의제와 활동, 기획사업은 무엇일까요?
지난해 11월에 이어 올 6월 11일에 오체투지를 하였습니다. 가족에 의한 살해, 가족 살해 후 자살, 자살 시도 등 발달장애인 가족의 반복된 죽음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가족의 죽음을 참사라고 부르는 이유는 발달장애인 생명을 보호하는 정책과 지원체계가 극도로 부족한 현실에서 이들의 죽음은 개별 가정의 사적인 일이 아니라 그 가족에게는 재난과 같은 삶이 기에 이를 우리는 사회적 참사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런 참사를 막을 수 있는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고, 당장 우선해야 하는 과제로 지원주택과 주거유지서비스의 도입 촉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토크쇼, 정책토론회, 오체투지, 1인시위 등을 하였습니다.
<질문 8> 비장애인이 장애인운동에 투신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그동안 일하면서 힘들었던 점과 보람은?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장애부모님과의 만남이나 전화 통화는 저에게는 너무 무섭기까지 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독기가 가득 찬 고슴도치에게 다가가는 것과 같은 마음이 들 정도였어요. 그 고슴도치 가시 속에는 나와 다를 바 없는 내 주변의 언니, 이모들과 같은 어머님들이었다는 걸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고, 그들의 삶이 나의 삶과 왜 이리 달라야만 하나, 왜 이래야만 하나 하는 생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의 책임이라는 것을 이곳에 와서야 알게 되면서 활동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질문 9> 올해 개인적인 나의 버킷리스트는?
그동안 미뤄왔던 치과 진료와 피부과 진료를 받고 나의 마음과 건강을 챙기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힙겹게 지내시고 계시는 장애부모님들과 함께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읽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저의 마음도 많이 버거웠던 것 같습니다. 한 발짝 천천히 가더라도 나를 돌아보고 나를 다독이는 시간을 가지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질문10> 마지막 질문입니다. 못다한 얘기 자유롭게 해주세요.
장애가 있던 없던 누구나 이 세상에서 온전하게 존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하루빨리 오기 바라며, 그런 세상이 하루라도 더 빨리 올 수 있도록 모든 분들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인터뷰에 감사합니다.
<출처: 함께하는 세상 통권 324호(202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