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소리, 코로나19 집중 기획 함께하는세상 3월호는 코로나19 지역사회 대유행과 관련,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 매일 코로나19와 싸우는 병원 현장에서부터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하는 복지현장까지 코로나19 현장의 모습을 3월 4일 기준으로 실었다. 바쁜 와중에도 기꺼이 원고를 보내준 필진에게 감사드린다. |
권용현_ 대구노숙인종합지원센터 사무국장
대구지역에 ‘코로나19’ 31번 확진자가 발생한 2월 18일. 노숙인 저녁 무료급식을 진행하는 봉사단체에서 전화가 많이 왔다. 대구지역에 확진자가 발생되기 전까지는 무료급식을 진행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이전부터 해왔던 터라 2월 셋째 주의 봉사단체들이 급식 행을 확인하는 전화였다. 이후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센터에서 진행하던 무료급식을 잠정 중단하게 되었다. 봉사자 입장에서는 본인이 전파자가 될 수도 반대로 감염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급식이용자의 경우 대부분 건강 상태 확인이 어렵고, 이용자 중 30%가량은 거리노숙인이 아닌 쪽방 거주민들이며, 또한 어느 지역에서 오시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료급식 잠정 중단은 부득이한 조치였다.
‘코로나19’ 확산이 되면서 내부 회의가 잦아졌다. 노숙인 복지는 염려와 우려 속에 서비스를 중단하면 끝날 일이 아니다. 무료급식 중단으로 ‘밀집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겠지만, 거리노숙인의 ‘결식’의 문제가 생겼다. 시설 내부 휴게공간 이용에 대해서도 기존에는 노숙인 뿐만 아니라 -노숙인시설도 지역의 복지시설의 역할로- 주변 저소득층 의 이용도 허용해 왔지만, 기존에 건강검진이나 상담을 받은 대상자 외에는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밀집하는 상황’ 을 만드는 것이 위험하지만, 샤워나 빨래 등의 시설이 있는 휴게공간 폐쇄는 개인위생을 해결하지 못하게 되는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렇듯 문제가 생길 요인을 제거하거나 해결하려고 하면 그에 반해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이 된다. 이에 서비스의 축소나 제한은 가능하나 아예 서비스를 중단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무료급식 잠정 중단에 대해서는 도시락 지급과 부식지원으로 전환하여 진행하고 있다. 무료급식소에서 흔히 보는 ‘줄서기’는 최대한 없게 하고 감염 예방을 위해 지급시간의 최소화, 손 소독과 마스크 착용, 흩어져 먹기 등 부작용이 없도록 노력하며 진행하고 있다. 휴게공간 이용에 대해서는 주거지가 있는 분들은 시설이용을 제한하고, 기존에 시설을 이용하지 않던 노숙인에게도 휴게실 이용은 최소화하고 필요로 하는 물품 지원을 하고 있다. 기존에 상담과 정보전달이 목적이었던 현장상담은 마스크와 손 세정제, 영양제, 부식 등 물품 지원을 위주로 진행하고, 대면 시간을 최소화하도록 하고 있다.
노숙인 밀집 지역에 시민들은 없고 노숙하시는 분들만 계신다. 밤 10시는 되어야 볼 수 있는 광경을 평상시에 보 게 되다니... ‘코로나19’에 대한 노숙인 지원대책은 무엇인가? 노숙인종합지원센터의 대책은 무엇인가? 사실 답을 할 수 없다. 주거지가 있는 분들은 자신의 생활공간이 가장 안전한 곳이 되겠지만, 거리노숙인에게는 그런 공간이 없다. 안전한 공간이 없는 상태에서 대책이 가능한가 싶다. 지금의 상황을 잘 견디고, 잘 견딜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다. 어디까지가 최선일지 모르겠지만 가능한 일을 하는 것 이 최선일 것 같다. 거리에 계신 분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계신다. 다행히 증상이 있거나 건강상 문제가 심각한 분은 보이지 않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지금의 노숙인 지원이나 보호 체계는 분명 문제가 있다. 상황이 끝나면 반드시 보완이 필요하다. 거리노숙인은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이러한 질병 상황은 반복될 것이다. 매일매일 확진자가 늘어 대구지역 확진자가 2,700명을 넘어섰다. 31번 확진자 발생 불과 2주만이다. 상황은 분명 좋지 않다. 불안한 상황이다. 잘 극복하고 잘 이겨내자.
출처 : <함께하는 세상> 2020년 3월호 통권 270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