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소리, 코로나19 집중 기획 함께하는세상 3월호는 코로나19 지역사회 대유행과 관련,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 매일 코로나19와 싸우는 병원 현장에서부터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하는 복지현장까지 코로나19 현장의 모습을 3월 4일 기준으로 실었다. 바쁜 와중에도 기꺼이 원고를 보내준 필진에게 감사드린다. |
천용길_ 뉴스민 편집장
재난은 가난을 들춘다. 한글을 모르는 이주노동자, 활동지원사가 없이 자가격리 중인 중증장애인, 폐쇄병동에 집단 격리됐던 정신장애인, 취약한 주거환경에 놓인 쪽방거주민들은 코로나19 감염 확산 앞에 더 큰 공포감을 느낀다. 이들의 공포를 더하는 것 중 하나가 언론 이다. 실상, 언론보도가 무엇인지 맥을 짚기 쉽지 않다. 코로나19 사태 앞에서 자신들이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언론보도는 취사 선택된다. 언론도, 독자도 그렇다. 취사선택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어떤 기준이냐가 문제다. 특히,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이라 기준에 원칙 이 없었다. 정치적인 유불리만 따지는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보도를 통해 언론의 민낯은 다시 한번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한 가지 전제해야 할 부분이 있다. 수많은 매체의 보도가 진행형인 가운데 모든 언론을 싸잡아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다수 언론이 주목하지 않았던 부분은 무엇인지, 재난 시기 언론보도를 독자들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만 살펴보자. 재난 앞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정확함이다. 그리고 과장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시민들 은 국가재난주관방송사인 KBS를 우선 확인해야 한다.
그다음 여러 언론 보도를 살펴보자. 18일 대구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일부 언론들은 ‘중국인 입국 제한’을 하지 않는 정부를 성토하기 바빴다. 확진자가 나온 청도대남병원에 중국인(조선족)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중국 봉쇄령을 끄집어냈다. 시간이 지나자 사그라들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근거가 부족한 주 장이었기 때문이다. 이 부족한 주장에 휘말리지 않기는 생각보다 쉽다. 근거가 충분한지, 다른 언론은 어떤 보도를 하는지 뒤집어보면 된다. 여-야 위치가 바뀌었을 때, 중국 봉쇄 결정이 과연 쉬운 선택인가 질문해 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혐오를 조장하는 보도도 그렇다. 끝까지 ‘우한 폐렴’, ‘우한 코로나’로 부르는 언론이 아직도 있다. 신기한 점은 ‘우한 폐렴’, ‘우한 코로나’로 부르는 언론이 ‘대구 코로나’, ‘대구 사태’로 부르는 것을 비난한다. 둘 다 하지 말 아야 할 언론의 호명이다. 특정 지역, 특정 사람들을 묶어서 혐오하는 언론은 걸러야 한다. 보도하겠다는 데, 비난 하는 데 시간을 보낼 겨를이 없다. 언론은 사회적 약자가 처한 문제를 드러내, 정부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이끌 어야 한다. 활동지원 없이 자가격리에 들어간 장애인, 일자리를 잃어버린 쪽방거주민, 공포 속에 폐쇄병동에 격리 됐던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문제는 언론 보도로 정책 변화가 시작됐다. 마스크 품절 공포를 조장했던 언론이 있는가 하면, 마스크 나눔 운동을 보도해 시민들의 자발적 연대를 독려한 언론도 있다.
재난 앞에서 언론을 싸잡아 비난하기는 쉽다. 문제 있는 보도를 구체적으로 지적해야 한다. 여기에 문제를 느낀 다른 언론이 나서서 정확한 보도를 해야 한다. 공적 체계 곳곳에서 구멍이 보인다. 구멍 나 있다고 제도를 버릴 순 없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출처 : <함께하는 세상> 2020년 3월호 통권 270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