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_ 김유정 우리복지시민연합 청년활동가
<함께하는 세상> 300호 특집, ‘공간W’ 우리동네 이야기 세 번째는 2004년 4월 통권 79호부터 <함께하는 세상> 편집과 발간을 맡고 있고, ‘공간W’와 가까운 남산동에 위치한 ‘애드가’의 황동구 대표를 만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나눴다. 애드가는 18년간 인쇄비용을 올리지 않고 우리복지시민연합에 큰 힘을 주고 있다.
“처음 시작을 돈 벌겠다고 했으면 이렇게 안 했겠죠”
1. 감회가 새로울 것으로 생각되는데, 300호 발행 축하의 말
300호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1년에 12번, 10년이면 120번이니 30년까지는 안 돼도 25년 정도 되네요. 25년을 한결같이 복지운동에 헌신하며 <함께하는 세상>을 발행한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합니다.
2. 애드가 30년 걸음을 회상하며
1992년에 시작한 애드가도 30년을 맞이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할 시점에 세상의 변화를 고민했고, 특히 일상에서의 세상 변화를 깊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학생 운동권 출신이다 보니 취업이 쉽지 않았기에 창업할 수 있는 분야를 찾다가 당시 광고 기획사에 대한 젊은 사람들의 흐름도 좋았고, 광고계로 진출하는 선배도 많았기에 저도 이 쪽 분야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젊은 나이에 시작했고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인쇄, 출판기획, 광고기획 등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18년간 인쇄비를 동결한 이유를 묻자, 황 대표는 “돈 벌겠다고 시작했으면 이렇게 안 했겠죠”라며 그의 사회생활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애드가 앨런 포우를 생각하며 ‘AD家’
‘애드가’ 명칭은 국문가 출신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선배가 광고 쪽에서 일을 해보겠다 하니 광고(Advertising)+집 가(家)를 합성 시켜 만들어준 이름입니다. 유명한 미국 시인 중 ‘애드가 앨런 포(Edgar Allan Poe)’를 대부분 알고 있어 애드가라는 이름을 한번 들으면 사람들이 기억하기도 좋을 것이라 했죠.
3. 복지연합과 처음 인연을 맺을 때와 지금 상황의 다른 점이 있다면?
복지연합은 ‘공간W’를 마련하는 등 해를 거듭할수록 지역의 시민운동 단체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애드가의 상황은 그 때는 직원들도 많았는데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습니다. 인쇄분야가 사양 산업이잖아요.
4. <함께하는 세상>은 사장님께 어떤 의미의 소식지인가요?
저는 주로 수주받고 견적 내고 납품하는 일을 하다 보니 편집은 직원들이 합니다. 완성된 <함께하는 세상>을 받아 들때면 애드가가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많이 느꼈습니다만 나이가 드니 그런 느낌도 사라지더군요 (웃음).
5. <함께하는 세상>을 엮으며 겪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미 잘하고 있기에 더 바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큰 어려웠던 점은 아니지만, 인쇄 과정을 제가 책임지기에 인쇄가 제시간에 나오지 않을 때가 어렵죠. 인쇄소 사정, 인쇄기계 고장, 제본기계 고장 등 가끔 2~3년에 한 번은 그런 일이 꼭 발생합니다. 그럴 때 빨리 전달하지 못해 신경 쓰일 때가 있죠. 얼마 전에는 제본기계 고장으로 면 배치가 뒤죽박죽 되어 다시 인쇄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6. 정치적인 활동도 하고, 지금은 영천에서 복숭아 등 과수원 농사를 겸하는데 힘들진 않은지?
제 나름대로는 대학 졸업하면서 삶의 설계를 10년은 생업에 종사하고, 다음 10년은 생업에 종사하며 쌓은 경력으로 제가 하고 싶은 정치적인 활동을 하려 했습니다. 초창기 애드가는 운영에 어려움이 많아서 운동권 선배 여러 명이 같이 하다가 떠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일이 들어와 그동안 빚진 걸 다 갚고도 유지하는 상황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웃과 함께하는 대안공동체생활 모델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엄청나게 바쁘고 나니 3년 동안 진 빚을 전부 갚고 이후 투자 경비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애드가를 유지하게 되었고 일도 늘어나면서 10년쯤 되었을 때, 제 나름의 계획대로 진보정당 활동을 10년 동안 했습니다. 그 다음의 10년은 서민소비생활공동체를 결성하여 일상생활 속에서 이웃과 함께하는 대안생활모델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목표와 지향점을 가진 사람들을 조율하고 합의해서 함께 일을 도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원래 애드가를 시작할 때 45세 정도까지만 하려고 했습니다. 진보운동의 어려움을 겪고 애드가를 하면서 농사를 지을까, 아니면 애드가를 접고 농사를 지을까, 다른 분야로 나갈까 고민하면서 공장도 해봤습니다. 혼란한 시간들의 처음은 몇 명이 같이 의성에서 땅을 빌려 야콘농사를 하였는데 3년만에 망했죠. 그러다가 시골에 사시는 노부모님 땅에서 농사를 짓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사과나무를 심으려다가 애드가 업무와 중복되어 8월에 마무리하는 복숭아 나무를 심었습니다. 복숭아, 자두처럼 여름에 일이 끝나는 것을 위주로 하여 애드가 일이 빌 때 밭에 가서 일합니다.
“농사짓다 보니 밭에 가면 너무 편안하더라고요.
복지연합에도 복숭아 선물을...”
그러나 생각과 달리 복숭아는 경제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모든 농사가 그렇듯이 냉해, 가뭄, 장마, 태풍 등 자연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농협에는 헐값에 넘겨야 했으며 주말에 나무들을 돌보았지만 회사 운영과 함께 병행하기도 녹록치 않았습니다. 지금은 8년 동안 기른 복숭아들이 제법 잘 열리고 노하우도 축적되었습니다. 작년부터는 주말체험농장을 운영하여 저렴한 가격에 복숭아를 직접 따 가도록 하여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7. 애드가를 운영하며 어려웠던 점은?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지
스트레스가 아주 많지요. 디지털화로 인한 인쇄물의 축소, 동종업계의 과다한 경쟁, 결재 지연 등 어려움이 많습니다. 운영자금의 부족으로 아파트 한 채를 팔아도 안되어 시골의 땅을 200평 정도 팔았어요. 몸도 안 좋아지고, 그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사는 곳과 사무실을 빼고 팔았는데도 안 돼서 시골 땅을 또 팔았던 거죠. 그때 힘들었어요”
일상에서 일, 돈, 사람에 치일 때에 밭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 점이 너무 좋아서 계속 농사를 짓고 있는 줄도 모릅니다. 나무에 마음을 주었다고 표현해도 될 것 같습니다.
8. 지속적인 발행을 위해 우리복지시민연합에 하고 싶은 말
<함께하는 세상>이 회원들과 소통의 장이 되는 소식지, 회원들의 숨은 능력을 발굴하는 소식지, 복지정책 교육 및 개발의 장이 되는 소식지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아울러 힘들여 마련한 ‘공간W’가 회원 및 지역 주민들에게 의미있고 유익한 공간으로 자리매김 했으면 합니다.
복지연합의 외침은 대구 사회를 건강하게 합니다. 지금처럼 꾸준히 힘찬 목소리를 내 주세요.
출처 : <함께하는 세상> 2022년 9월호 통권 300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