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재식 _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현재 검찰 수사 중인 대구시립희망원(이하 희망원)의 인권유린과 비리문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8월부터 영남일보에서 보도하기 시작하여 10월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 이후 희망원 홈페이지는 물론 SNS상에서 경악과 비난의 글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희망원은 대구시민의 공유재산으로 매년 시민혈세 130억 원이 투입되는 전국에서 꽃동네 다음으로 큰 시설이다. 특히, 천주교대구대교구가 1980년부터 대구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시설이기에 실망과 분노는 더욱 컸다. 지금도 믿기조차 힘들어 여러 이유를 내세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보통 사회복지시설의 인권문제나 시설비리가 발생하면 운영재단의 책임을 강도 높게 요구한다. 그러나 90년대 초만 해도 이것을 잘 몰랐다. 사회복지시설과 이를 운영하는 재단의 구조를 제대로 몰랐기에 드러난 시설비리만 쟁점화 되었다. 그러나 시설비리의 진짜 주범은 운영재단임을 90년대 후반부터 알기 시작하면서 사회복지시설 투쟁의 양상은 많이 달라졌다. 뒤에 숨어서 인사와 운영권을 쥔 재단을 건들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없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희망원은 1,200명이 생활하는 엄청난 시립시설인데다가 천주교가 위탁 운영하기에 희망원대책위 안에서도 논란 끝에 대구대교구의 자체 쇄신을 좀 더 기다려보자고 했다. 우리사회의 인권과 복지, 민주주의 증진에 기여한 천주교이기에 뭔가 다르다고 믿고 싶었기 때문이다.
희망원은 천주교대구대교구의 소위 재산관리를 담당하는 유지재단에서 운영한다. 그러나 대주교까지 포함해 하루 이틀 상간으로 사과만 남발한 채 희망원 내에서의 조작과 은폐는 계속 이어졌다. 검찰이 압수수색한 컴퓨터의 많은 부분이 이미 증거인멸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희망원대책위 내에서도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처음부터 대구대교구에 물었어야 했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생계비 중 부식비에서만 연 4억원의 보조금을 비자금으로 조성한 의혹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알고 지내던 지인들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까지 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니었지만, 인정하는 분위기다.
인권과 비리 의혹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 희망원, 여전히 그들은 이 문제를 제기한 노동조합과 시민사회에 책임을 떠넘기며 바뀌지 않고 있다. 비리를 잉태하여 세습시키고 서로 공모자가 되어 그들만의 왕국을 만든 장본인은 누구인가? 하느님의 정의를 처음부터 실현했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또 다시 하느님 뒤에 숨고 있다.
희망원 사태는 이제 희망원을 넘어 천주교대구대교구, 대구시로 향하고 있다. 모든 수단 방법을 다 동원하여 축소하고 덮으려고 한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처럼 어느 순간에 천주교와 대구시의 민낯을 그대로 볼 것 같아 몹시 두렵다. 이때의 충격을 어떻게 감당할 지….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님은 결코 용서하는데 피곤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구대교구는 그들의 잘못을 낱낱이 밝히고 용서를 받기를 바란다. 더 늦기전에….
천주교의 위탁포기로 새국면을 맞고 있지만, 대구시 또한 유착·직무유기 등 무능·부패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 : 함께하는 세상 2016년 11월호 통권 230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