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현 _ 대구경실련 사무처장
‘대구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최소한의 복지기준 및 적정수준의 복지기준과 성과지표를 마련’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 형성’을 위해 구성된 시민복지기준 추진위원회가 출범한지 1년이 거의 다 되어간다. 그동안 시민복지추진위원회는 총괄·소득·주거·돌봄·건강·교육 등 분과위원회 중심으로 운영되었는데 그 활동의 결과물이 학술용역기관인 대구경북연구원이 정리하고 있는 ‘대구시민 복지기준 설정(안)’이다. 특별한 사정의 변화가 없으면 이 안은 6월말이나 7월초에 ‘대구시민 복지기준’으로 확정, 발표된다. 지금은 할 일이 많은 시기인 것이다. 하지만 민망하게도 추진위원회는 지난 4월부터 휴업상태이고 위원인 나는 그이후의 상황을 알지 못한다.
용역중간보고회, 총괄분과위원회와 연구진의 연석회의, 영역별 분과위원회 등에서 대구경북연구원이 공개한 ‘대구시민 복지기준 설정(안)’은 요약본이기때문에 단정할 수는 없지만, ‘대구시민 복지기준 설정(안)’에는 대구시민 복지기준 설정과 추진위원회의 핵심적인 과제인 최저기준과 적정기준이 없다. 다만 기존의 대구시 사회복지 정책의 틀 안에서 연구진과 담당부서에서 실현가능하다고 판단한 사업의 나열과 포장이 있을 뿐이다.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를 형성’ 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무난한 내용들로 채워진 것이다. 최저기준과 적정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위원들의 지적은 반영되지 않았다.
대구시는 추진위원회를 대구시민 복지기준 설정의 주체라고 하면서도 영역별 세부복지 가이드라인 최저선, 적정선, 성과지표) 제시는 학술용역기관의 몫으로 하였고, 추진위원회와 학술용역기관의 역할은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았다. 자칫 잘못되면 추진위원회가 용역기관의 무책임한 상전으로 군림하거나 자문역할에 그치게 할 수 있는 구조였던 것이다. 그런데 군림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고, 추진위원회는 자문역할에 그쳤다. 대구시와 대구경북연구원 또한 추진위원회를 자문회의 정도로 대한 것 같다.
대구시가 6월말 또는 7월초에 확정, 발표하려는 ‘대구시민 복지기준’이 말 그대로 복지기준이 되려면 기준과 성과지표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며, 실질적인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는 대구시가 대구시민과 추진위원회 위원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만일 대구시가 기준이 빠져있는 ‘대구시민 복지기준 설정(안)’을 형식적인 과정만을 거쳐 ‘대구시민 복지기준’으로 확정, 발표한다면 이는 복지기준 설정의 취지를 부정하고 시민을 기만하는 정치적 쇼이자 추진위원회에 참여한 각 각계각층의 전문가를 희화화하고 이들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대구시정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편에 속하지만 그래도 ‘대구시민 복지기준’ 설정은 대구시정을 개발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 실질적인 소통과 협치의 장으로 생각하고 추진위원회에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였다. 대구시가 시늉만 내는 것이라 하더라도 추진위원회의 역할, 구성 정도면 충분히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현실은 이와 반대로 가고 있지만 이 기대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출처 : 함께하는 세상 2016년 6월호 통권 225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