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습니다! 공공의료!
의-정 대립 속에 위기의 ‘시민생명’을 지키고
실종된 ‘공공의료’ 찾기 대구시민 행진의 날
▐ 일시 : 2024년 3월 23일(토요일) 오후 3시
▐ 장소 : CGV한일 앞 ( ⇀ 집회 후 경북대병원으로 행진)
▐ 주최 : 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대구경북전문직단체협의회/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대구민중과함께/새로운공공병원설립대구시민행동/윤석열심판대구시국회의
<공동선언문>
노동자 시민이 의료의 주인이다! 정부와 의사들은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
지금 필요한 것은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온전히 보장되는 공공의료 확충과
의료공공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의-정의 행태가 갈수록 점입가경으로 치달으면서 시민들의 불안은 날로 커지고 있다. 우리는 현 의료 대란을 정부가 책임질 것을 요구하며, 위기 해결책은 시장의료가 아니라 공공의료 강화에 있음을 밝힌다.
첫째, 현 의료사태의 근본 원인은 시장 중심 의료에 있으며, 제대로 된 공공의료 강화가 필수적이다.
윤석열 정부는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 위기를 의사 수만 급격하게 늘려서 해결할 수 있다고 선전한다. 단언컨대 현재의 의료 공급 체계를 그대로 둔 채 의사 수를 2,000명 늘리는 것만으로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 위기는 해결되지 않는다. 현재의 의료 위기는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시장 중심 의료체계’가 곪아 터져 드러난 문제들이다.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 책임을 등한시하고, 의료비용을 개인 책임화하고, 과열된 경쟁으로 의사 공급을 해결하려고 한 시장 의료 체계가 바로 현 위기의 핵심 원인이다. 필요에 따른 의료가 아니라 사적 이윤을 위한 의료는 지역별·소득별 건강불평등을 심화시켜 왔다. 따라서 우리는 충분한 공공병원 설립과 의료공공성 강화, 의사를 포함한 의료 인력 수급의 공공화를 통해, 의료가 지역사회에 제공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한다.
둘째, 위기를 틈타 의료시장화와 영리화를 추진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은 가짜다.
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 속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책임자로서 해결은커녕, ‘의료개혁’으로 포장한 의료 민영화 정책을 추진 중이다. 개인 진료기록과 건강정보를 환자 동의 없이 기업들에게 제공하겠다며 개인의료정보를 “다 풀어주겠다”고 약속하고, 건강 취약계층에게 더 취약할 수 있는 ‘비대면 진료’를 진료 공백의 해법으로 밀어붙이는가 하면, 기초과학 R&D재정을 대규모 삭감한 정부가 ‘의사 과학자’ 양성을 위해 의대 증원의 필요를 설파하고 있다.
의사와 정부의 치킨 게임 속에 정작 중요한 문제들이 묻히고, 기업 친화적 의료개혁을 하려는 정부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의사 사회의 목소리만 메아리치고 있다. 의사를 어떻게 공공적으로 양성할 것인가에 대한 단 하나의 정책도 없는 대규모 의대 증원 안은 의-정 대립을 유발해 위기를 조장하고 ‘가짜 의료 개혁’으로 돌아선 민심을 되찾으려는 윤석열 정부의 총선용 꼼수다. 한국 의료 위기는 윤석열 대통령 같은 의료 시장주의자들이 망쳐놓은 환부이며, 이는 도려내는 것이 정답이다.
셋째,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병원 손실을 국민건강보험에 떠넘기는 윤석열 정부의 독단적인 결정을 거부한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에서 매월 1,882억 원을 지원하여 대형병원 손실을 메꾸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의사 파업으로 인한 병원 손실을 노동자 시민의 돈으로 메꾸어 줄 아무런 이유가 없다. 노동자 시민이 생활비를 쪼개 내는 국민건강보험은 의사들 파업기금이 아니다. 국민건강보험법의 제도적 절차도 무시한 정부의 독단적 결정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이며, 건강보험 가입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이다. 건강보험의 주인으로서 우리는 건강보험재정에서 단 1원도 의사파업 손실금으로 지급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넷째, 시민들의 불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잘못된 요구를 내건 전공들의 집단행동은 시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의사들은 의사 수가 늘어나면 경쟁이 심해지고 그에 따라 수입이 감소하며 직업의 사회적 가치가 떨어질까 우려하며 파업에 들어간다고 개별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런 행보는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특권 의식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의사들의 이런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행보는 한국 의료 위기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를 의사 몇 명을 늘리는 것이 더 합리적인가라는 얄팍한 프레임으로 몰아가는데 이용되고 있다. 지금 제대로 된 의료개혁을 막고 있는 것은 윤석열 정부만이 아니다. 의사들의 잘못된 행동도 문제다. 의사들은 자신들만의 아집을 되뇌며 잘못된 요구로 싸울 것이 아니라, 시민, 노동자, 환자들의 지지를 받을 요구를 내놓아야 한다.
의료의 주인은 의사만이 아니다. 의료는 협업이며, 병원에 종사하는 수많은 직종의 노동자들은 지금 의사 파업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의사들이 최소한의 의료 개혁의 의지가 있다면, 시민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자신들의 주장에 최소한의 타당성이라도 가지려면, 의사 증원 반대가 아니라 정부의 기업 친화적, 자본 친화적 의료 개악에 반대하는 투쟁에 함께 해야 한다.
오늘 우리는 정부와 의사 간 대립 속에 실종된 진정한 해법인 충분한 공공의료, 의료 민주화와 모두를 존중하는 의료 공공성 회복을 요구하며 이 자리에 모였다. 우리는 질병에 따른 차별 없이, 성별에 따른 차별 없이, 지역적, 경제적으로 평등한 의료를 요구한다. 충분한 공공의료 실현으로 다시는 응급실 뺑뺑이로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없어야 하고 코로나와 같은 대유행이 다시 와도 공공병상 부족으로 환자들이 쫓겨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노동자 시민이 의료의 주인이다. 노동자 시민의 건강을 책임질 공공병원 확충하고 공공의사 양성하여 의료공공성을 강화하라!
2023년 3월 23일
행진참가자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