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통보제 7월 19일 시행,
사각지대 없는지 세밀하게 검증해야 할 사건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사례 1]
8월 13일 대구지법 형사항소부는 '산모 바꿔치기' 수법 등으로 영·유아를 상습 매매한 30대 여성 A씨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5년을, 범행에 가담한 남편 B씨도 원심과 같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또한, 30대 여성에게 출산한 아이를 매매한 미혼모 C씨와 D씨에게도 각각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친자로 허위 출생 신고한 E씨와 남편 등 공범자에게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등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사례 2]
대구지법 경주지원은 7월 11일 원치 않은 임신으로 출산한 영아를 유기해 사망에 이르게 한 30대 간호사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감사원의 「보건복지부 정기감사에서 출생신고 없이 살아가는 이른바 ‘무적자’ 아동 중 영아 살해 등 아동학대 사례 확인」 수사의뢰로 범행 10년 만에 드러났다.
[사례 3]
8월 24일 대구지법 제11형사부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불법으로 입양한 아동을 방치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성이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위의 사건은 ‘출생통보제’ 시행 이전에 발생했지만, 최근에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대구·경북 지역의 사례로 처음부터 아동의 존재를 부정하고 인권을 짓밟은 중대한 범죄들이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대략 20년 전부터 ‘출생통보제’ 시행을 지속적으로 촉구했고, 드디어 지난 7월 16일 ‘출생통보제’가 시행되었다. ‘출생통보제’는 지난해 6월 ‘수원 영아 사망 사건’ 등 출생신고가 안 된 영아의 사망 사건이 계기가 되어 ‘가족관계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이 급물살을 탔지만, 사실 이전부터 출생신고의 허점으로 인한 유기, 사망, 실종 등의 충격적인 사건들이 계속 발생해 왔다.
‘출생통보제’는 아동이 의료기관에서 태어나면 아동의 출생사실과 출생정보를 바로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는 제도다. 신고 의무자나 의료기관의 특별한 조치 없이 개별병원에서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에 입력한 정보를 자동으로 가족관계등록 시스템에 통보하는 출생통보시스템을 이용한다. 정부는 99.8%는 병원에서 출산하고 0.2%는 의료기관 밖에서 출산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015년 이전에는 법적으로 보호자인 부모가 1개월 이내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도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과태료 5만 원만 납부했다. 그러다 보니 출생신고를 하지 않거나 늑장 출생신고를 하면서 보증인 2명을 내세워 병원이 아닌 집에서 태어난 것처럼 허위 출생신고를 할 수 있었다. 위의 사례에서도 확인되듯이 유기, 실종, 불법매매, 심지어 사망 등이 가능했던 이유다.
[사례1]은 산모 바꿔치기 사실을 병원 간호사가 확인하지 않았으면 이 사건은 묻힐 수도 있었다. [사례2]는 10년 전 병원에서 출산했지만, 감사원의 감사와 수사의뢰가 없었으면 알 수 없었다. [사례3]은 오픈채팅방을 통해 아동이 거래되고 2주도 채 안 되어 숨지자 암매장한 사건이다.
이제 ‘출생통보제’가 시행되어 상당부분 아동매매, 실종, 사망 사건을 막을 수 있다. ‘출생통보제’와 함께 ‘보호출산제’를 시행한다고 하지만, 더욱 교묘하게 아동매매 등이 이루어질 수 있기에 사례마다 ‘출생통보제’의 사각지대가 없는지 세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이제 임신·출산 때부터 아동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사례는 없어야 할 것이다.
<출처 : 우리복지시민연합 월간 '함께하는 세상' 통권 324호(2024년 9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