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포항방송국] 제1라디오 투데이 포커스에 지난 8월 2일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와 관려하여 약 20분간 생방송 전화 인터뷰 내용입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 투데이 포커스(8.2) 함께 합니다.
이제 부모가 아동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국가가 하게 됩니다. 지난달 19일부터 의료 기관이 태어나는 모든 아동의 출생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통보를 해야 하는데요. 또 아이를 키우기 힘든 임산부가 가명으로 아이를 낳을 수도 있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를 두고 여러 시각이 있습니다.
오늘 <투데이 포커스>에서는 우리복지 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과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은 처장님 안녕하십니까?
은재식> 안녕하세요.
앵커> 반갑습니다. 먼저 출생통보제! 의료기간이 언제까지 어떤 정보들을 하지요?
은재식> 출생통보제는 아동이 의료기관에서 태어나면 아동의 출생사실과 출생정보를 바로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는 제도입니다. 지난해‘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7월 19일부터 시행된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에서 아이가 출생하면 의료기관은 태어난 아동의 정보를 출생 후 14일 내에 모의 성명과 주민번호, 출생아의 성별, 출생연월일시 등을 시·읍·면에 알리게 됩니다. 정부는 신고의무자나 의료기관이 특별한 조치를 할 필요없이 개별병원에서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에 입력한 정보가 자동으로 가족관계등록 시스템에 통보되는 출생통보시스템을 구축해서 시행하는데요. 그동안 영아 유기, 사망, 실종 등의 사건으로 지속적으로 출생통보제 시행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는데, 지난해 6월 수원 영아사망사건이 발생한 이후 급물살을 타면서 7월 19일부터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앵커> 그런 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다시 지방자치단체에 출생등록을 하는 거지요?
은재식> 맞습니다. 의료기관이 출생 14일 이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운영하는 전산시스템을 이용하여 통보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행정정보 공동이용센터를 통해 시·읍·면장에게 통보하는 시스템입니다.
앵커> 만약 지자체에 통보된 것과 다르게 출생 후 한 달 안에도 신고 의무자가 신고하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
은재식> 아동의 출생 정보가 시·읍·면에 통보되었는데도 출생 후 1개월 내에 신고 의무자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부모 등 신고의무자에게 7일 이내에 아동의 출생신고를 하도록 독촉하는 통지를 하고요. 그 이후에도 신고 의무자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신고의무자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시·읍·면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직권으로 출생을 등록하게 됩니다.
앵커> 이전에는 법적으로 보호자인 부모가 1개월 이내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어떤 처벌이 있었습니까?
은재식> 법적으로 보호자인 부모가 1개월 이내 출생신고를 해야 하지만, 이전에는 신고하지 않아도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과태료 5만 원만 납부하면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출생신고를 하지 않거나 늑장 출생신고를 하면서 보증인 2명을 내세워 병원이 아닌 집에서 나은 것처럼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출생신고 인우보증제가 시행되다가 2016년 폐지되기도 했는데요. 이런 허점으로 인해 아동의 사망과 유기, 실종, 불법매매 등의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고요. 이때마다 부실한 출생신고 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던 겁니다.
앵커>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과태료 5만 원만 납부하면 되는 제도 허점을 이용해 잔혹한 아동범죄가 발생했군요.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기관에서 태어나는 출생아의 비율이 얼마나 되나요?
은재식> 만약, 출생통보제가 더 일찍 시행되었다면 수원 영아사망사건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정부는 출생아의 99.8%가 의료기관에서 출생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천 명 중에서 998명 정도는 병·의원에서 태어나고 2명이 병원 밖에서 태어난다고 정부는 추정하고 있는거죠.
앵커> 그럼에도 일부 임산부들이 의료기관 밖에서 아동을 출산한 뒤 유기할 수 있어 '사각지대'는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은재식> 그래서 정부는 출생통보제와 같이 보호출산제’를 시행한다는 겁니다. 임신과 출산 사실을 꺼리는 경우, 병원에서 아이를 낳으면 자동으로 통보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의료기관 밖에서 아동을 출산하고 유기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약칭: 위기임신보호출산법)을 제정하여 7월19일부터 출생통보제와 함께 시행하게 되었는데요. 보호출산제 시행으로 자신의 신원을 밝히고 출산하기 어려운 임산부는 보호출산을 신청하면 가명으로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출생통보를 하게 됩니다.
앵커> 가명 사용 뿐만 아니라 주민등록번호도 대체할 수 있다고요?
은재식> 보호출산을 신청하면, 가명과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하는 관리번호가 생성되고, 임산부는 이 가명과 관리번호를 사용해 신원을 밝히지 않고 의료기관에서 산전 검진과 출산을 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입니다. 사실, 이런 관리번호를 부여하는 방식은 처음은 아니고요. 출생신고에 허점이 많다 보니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아동에게 임시번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과거에도 시행되어 왔습니다. 물론 이 부분도 허점이 많아 임시번호조차도 없는 사각지대가 존재해 온 것도 사실입니다.
앵커> 그렇게 되면 산모가 직접 양육을 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늘어나게 되는 것은 아닐지 궁금합니다.
은재식> 바로 이 부분이 보호출산제의 가장 우려되는 부분인데요. 제도 도입때부터 많은 논란거리다 보니 정부도 보호출산제는 의료기관 밖에서 아동을 출산하고 유기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과연 보호출산제가 정부 의도대로‘최후의 보루’로 작동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데요. 특히, 위기 임산부와 미혼모에 대한 출산과 양육지원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현실에서 시행되는 보호출산제다 보니, 장애아나 미숙아의 유기 통로로 악용되는 등 양육이 부담스러운 부모에게 편리하고 유용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와 보호출산제 도입 후 법적 친자관계를 쉽게 포기하는 수단이 되어 부모가 지금보다 더 쉽게 양육을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입법과정에서 부터 논란이 되어 왔습니다.
앵커> <투데이 포커스> 우리복지 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아들의 수가 얼마나 됩니까?
은재식> 정부는 2021년 통계청 인구동향조사를 근거로 의료기관 밖에서 출산하는 아동을 0.2% 정도라고 추정하고 있는데요. 올 7월 19일부터 출생통보제가 시행되었으니 이전의 미출생아동 수는 사실 아무도 모르죠. 다만,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들이 전국적으로 최소 8천명에서 최대 2만명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2023년 감사원이 보건복지부 정기감사에서 발표한 출생신고 없이 살아가는 이른바 ‘무적자’ 아동 중 영아 살해 등 아동학대 사례 확인 보도자료를 보면,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임시신생아번호’로만 존재하는 아동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2,236명에 이른다고 밝혔거든요. 그러나 임시신생아번호를 부여하기 시작한 2015년 이전의 출생 미신고 아동의 수를 알려고 해도 현재 공개된 자료가 없어요. 일례로 경기도는 2009~2014년 집계된 내국인 출생 미신고 아동 숫자가 3,454명에 달해 감사원이 조사한 2015~2022년 집계 인원보다 5배 이상 많은 수치라고 언론에서 경기도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앵커> 사무처장님. 보호출산제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의료기관 밖에서 아동을 출산하고 유기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고 강조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은재식> 정부가 보호출산제를 ‘최후의 수단’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위기 임산부를 지원해 ‘직접 양육’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지 표현이자 아동인권과 윤리의 문제를 의식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보호출산제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직접 양육하지 않으려는 미혼모가 처음부터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을 남기지 않겠다는 의미가 오히려 강한데요. 이로 인해 출산 후 아동이 사회복지시설 등으로 가거나 입양되는 수가 늘어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사실상 보호출산제의 의미는 상실된다고 봐야 합니다. 직접 키울 경우라면, 굳이 보호출산을 할 필요가 없잖아요.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 더 쉽게 양육을 포기하는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 정부의 세밀한 정책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그러나 청소년 미혼모 같은 경제적 능력이 없는 부모들은 양육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은재식> 대단히 부담스럽죠. 정부도 분명히 직접 양육을 하도록 하는 것이 제도 도입의 취지이고 목표라고 말하거든요. 그러면 그에 맞는 사회경제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데요. 여성의 선택권과 이에 대한 실질적 지원, 공적보험인 건강보험을 통한 임신, 임신중지, 출산 등 전 과정의 상담 정보제공 및 긴급지원, 직접 양육을 가능케 하는 복지 및 주거정책 등 공적 체계가 미비한 상황에서 보호출산제가 시행되기 때문에 사회경제적 어려움으로 의료지원은 받되 양육을 포기하는 경우가 생길 우려도 매우 커 보입니다.
앵커> 위기 임신부 지원을 하는 다른 나라의 사례들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죠?
은재식> 독일과 프랑스가 대표적인데요. 보호출산제의 또 하나의 중요한 쟁점은 아동의 친생부모에 대한 알 권리 보장과 관련된 겁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출생 당시의 정보와 생모·생부의 정보 등을 담은 ‘출생증서’를 아동이 청구할 수 있으나, 생모·생부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아동의 친생부모에 대한 알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있는데요.
프랑스는 '친모의 권리'를 보다 중시해 성년이 된 아이가 '열람 요청'을 하면 반드시 친모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익명출산제’를 선택하고 있고, 이는 우리와 비슷합니다. 반면 독일은 '자녀의 알 권리'에 더 비중을 둬서 아이가 16살이 되면 출생증명서를 열람할 수 있고, 이것이 싫다면 친모가 '비공개 요청'을 하도록 했지만, 아이가 법원에 정보제공을 신청하면 제공하는 ‘신뢰출산제’를 2014년부터 도입했어요. 프랑스와 독일은 우리와 다른 사회문화적 배경이 있고, 사회보장 수준도 우리보다 높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프랑스는 '익명출산제'를 통해 매년 6백 명이 넘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태어나 법적 신분을 부여받고 있고, 독일은 2014년부터 5년 동안 연평균 450명의 산모가 '신뢰출산'을 통해 아이를 낳으며, 4명 중 1명은 '직접 양육'을 결정한다고 합니다.
앵커> 우리나라는 위기 임산부가 상담기관을 통해 소득과 무관하게 모든 한 부모 가족시설에 입소할 수 있도록 소득 기준이 폐지되기도 했는데요. 어쨌든 지원의 폭이 넓어지고 강화된 것 아닙니까?
은재식> 정부가 보호출산제를 도입하면서 제도 확대도 약속했어요. 이 중 하나가 지역상담기관을 통해 연계된 위기임산부의 경우, 소득과 무관하게 모든 한부모가족시설(전국 121개소)에 입소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한부모가족의 양육 부담을 덜기 위해 기준 중위소득 63% 이하 한부모 가구에 자녀당 월 21만원(월 5만~10만 추가 지원)의 양육비를 지원하고, 기준 중위소득 65% 이하 청소년 한부모 가구에는 월 35만원(0-1세 월 40만원)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취업지원 등도 연계하는데요. 그런데, 이 정도의 정책으로 직접 양육 비율을 높이고, 보호출산제를 최후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지 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앵커> 위기 임산부를 지원해 ‘직접 양육’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인데, 보건복지부가 그대로 시행할 지는 의문이라는 거지요? 이유는?
은재식>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정부 주장대로 보호출산제의 취지를 살려 ‘직접양육’비율을 높이려면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혈연중심의 문화가 강하고 불평등이 심한 나라인데 그러다 보니 사회·경제·문화적 기반이 약하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 높지 않으며 독일과 프랑스에 비해 복지가 상당히 취약한 현실에서, 그나마 보호출산제가 의미가 있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분야별 세밀한 정책과 지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빈곤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임신기부터 아동양육까지 확실하게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정책들이 많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위기 임신부를 돕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은재식> 앞서 지적했듯이, 여성의 선택권과 이에 대한 실질적 지원, 공적보험인 건강보험을 통한 임신, 임신중지, 출산 등 전 과정의 상담 정보제공 및 긴급지원, 직접 양육을 가능케 하는 복지 및 주거정책 등 공적 체계를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사실상 제도부터 시행한다는 측면이 강합니다. 보호출산제라는 제도 하나로 다양한 이유로 부모가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이런 부분에 대한 보다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앵커> 위기 임신부를 돕기 위해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어떤 역할을 할 예정입니까?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아동의 직접 양육비율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철저히 모니터할 계획입니다. 또한, 보호출산제의 우려에도 정부가 보호출산제를 시행하는 만큼 부모가 자녀 양육을 포기하는 손쉬운 선택지가 아님을 정부 스스로 증명하도록 제도 시행부터 철저히 감시할 계획입니다.
앵커> 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정리해 주시고 마무리합니다.
은재식> 정부와 우리 사회는 그동안 아동의 존재를 알면서도 부정하거나 모르쇠하며 회피해 왔습니다. 출생신고가 안 되어 ‘이름없는 아이’, ‘그림자 아이’, ‘기록없는 아이’의 사망, 유기 등의 사건이 계속 사회문제가 되어 드디어 출생통보제를 시행하는 만큼 출생통보제가 제대로 시행되길 바라고요. 반면 보호출산제는 장애아나 미숙아의 유기 통로로 악용되지 않도록, 보호출산제로 태어난 아동이 우리 사회에서 차별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 문화가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랍입니다.
앵커 >> 오늘은 출생통보제, 보호출산제에 대한 우리복지 시민연합의 입장을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은재식> 감사합니다.
앵커 >> <투데이 포커스> 우리복지 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