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재식_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예산 돋보기 두 번째 순서는 최근 전국적으로 일괄 인상한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비다. 시·군·구의 기초의회 의원과 광역시·도의 광역의회 의원의 의정비는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로 구성된다. 월정수당은 직무 활동에 대해 지급되는 비용으로 ‘의정비심의위’에서 결정한 금액 이내에서 조례로 규정하고, 의정활동비는 의정 자료수집 및 연구, 이를 위한 보조활동에 사용하는 비용보존 지급 경비(비과세)로 「지방자치법시행령」에 지급범위를 정해 놓았다.
지방의회 역사는 이제 30년이 넘었다. 1991년 지방의회 개원 당시 무보수 명예직(회기수당 일비 6만원)으로 시작해 2006년 지방의원 유급제 도입으로 지방자치단체별로 ‘의정비심의위’를 구성하여 월정수당 지급기준이 결정되고 2014년 ‘의정비심의위’를 선거가 있는 해에 개최하여 4년 동안 의정비를 결정하되 공무원보수인상률 범위를 넘어서면 반드시 주민여론수렴(여론조사 또는 공청회)를 실시하도록 했다. 그러나 그동안 여론의 의식해 월정수당이 공무원보수인상률 내에서 결정되어 지금까지 주민여론수렴을 거친 적은 없다. 2018년부터 지역주민수 및 재정능력, 공무원보수인상률, 지방의회 의정활동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자체별로 자율 결정하고 있다. 반면, 의정활동비는 광역의원 150만원, 기초의원 110만원으로 2003년 이후 동결되었고, 의정활동비를 별도로 증빙할 필요도 없었다.
의정활동비 인상을 위한 공청회, 여론조사는 요식행위
월정수당은 ‘의정비심의위’를 거쳐 꾸준히 인상되었다. 2024년 대구시의회 의원 개인당 월정수당은 월 3,474,060원(연 41,688,720원)이다. 의정활동비는 작년 12월 지방자치법시행령 개정으로 광역의원는 월 200만원으로, 기초의원는 월 150만원까지 가능함에 따라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퉈 의정활동비를 법정 상한액 수준으로 올리기 위한 주민여론을 수렴했다. 대구도 대구시의회를 포함 9개 구·군 모두 한도액까지 인상했고 동구만 여론조사를 하고 나머지는 공청회로 대신했다. 그래서 지난 2월 22일 대구시 공청회에 방청객으로 참석했으나 절반 이상의 빈자리에 준비자료 부실, 전무한 의회개혁 등으로 썰렁했다. 이런 상황은 전국적으로도 거의 비슷하다. 물가인상 반영, 역량있는 지방의원 유입 등 의정비 인상 측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현행 정당공천제도에서는 근본적으로 실현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각종 자질문제로 잡음이 끊이지 않은 지방의회, 겸직금지·이해충돌·공직윤리·의정평가 기준 등 의회개혁은 전혀 없어 공청회는 의정활동비 인상을 위한 요식행위로 전락했다.
업무추진비, 의회공통경비, 해외연수 등 다 합치면 개인당 8~9천만원 수준
그런데, 지방의원들은 의정비만 받을까? 일례로 대구시의회는 의정비를 제외하고도 개인당 의정운영공통경비 연 722만원, 의원정책개발비 500만원, 해외연수 390만원을 받는다. 여기에 의장 업무추진비 월 491만원, 부의장 월 245만원, 예결산특별위원장 월 152만원, 상임위원장 연 1억 1,151만원, 심지어 교섭단체 대표의원 연 1,240만원, 교섭단체 활동비 2,400만원 등이 지급된다. 의원 1인에게 연 8~9천만원 정도다. 금액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가성비를 입증할 책임은 지방의회에 있으나 의정평가 기준도 없다. 시민단체가 의정평가를 하면, 평가가 낮은 의원은 주관적 기준이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우수의원은 차기 공천을 받는다는 보장도 없다.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인구는 계속 줄고, 지방재정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민생을 외치는 의원들의 의정비 인상은 그래서 몰염치한 행위가 아닌지 곱십어 보아야 한다.
<출처: 함께하는 세상 통권 318호(202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