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재식_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2024년부터 납세자인 시민이 세금으로 돌려받아야 할 각종 행정서비스나 사회임금을 따져보기 위해 격월로 「예산 돋보기」를 연재한다. 첫 순서로 납세자인 시민이 대구시 집행부가 편성한 예산(안)을 대구시의회에 전달되어 공개되었음에도 볼 수 없는 현실을 꼬집고자 한다. 이는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관료들이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을 선출했으나 주권자인 시민은 제대로 민의를 대변하는지 늘 의문이다. 예산(안) 편성과 심사를 공평하고 공정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시민들도 드물고, 우선순위가 뭔지도 불분명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예산편성과 집행 과정에 시민참여를 강조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혹자는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언급하지만, 이는 주민참여제안사업에 불과해 예산 전과정의 민주적 참여가 절실하다.
대구시가 10조 원이 넘는 2024년 예산(안)을 지난해 11월 대구시의회에 제출했고, 대구시의회는 12월 12일 2024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의 내막을 전혀 알 수 없는 시민은 올 1월 5일이 되어서야 대구시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살림살이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시민 모두 빨간불이 켜졌다. ‘피크 코리아’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상황에서 역대급 세수 감소는 지방정부를 더욱 옥죄고 있다. 2023년 결산이 이루어지지도 않았는데 중앙정부는 세수부족을 이유로 작년 9월에 교부세 11조 원을 깎겠다고 지자체에 통보하고, 지자체는 찍소리도 못한 채 4분기 보조금을 중단하거나 기집행한 예산조차 환수하는 초유의 일을 벌였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예산편성 원칙과 다르다. 중앙정부는 지출규모의 확대와 축소를 사회적 합의를 내세워 정치적으로 정할 수 있지만, 지방정부는 세입 규모와 연동된 균형재정이 원칙이다. 들어오는 만큼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9월 20일 대구시는 ‘역대 최악의 재정위기, 대구시 비상 재정체제 가동’ 보도자료를 통해 교부세 미교부, 취득세 및 지방소비세 감소 등 세수 부족으로 6,200억 원(일반회계 7.1% 수준)의 역대급 세수 부족이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대구시의 올해 예산 규모는 IMF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작년 대비 1,443억 정도 감소했다.
피부로 체감할 수 없는 규모의 숫자지만, 시민들은 혼란스럽다. 예산(안)을 직접 볼 수 없고, 본다고 뾰족한 수도 없다. 여·야의 예산전쟁도 대구는 찾기 힘들어 일부 쟁점화된 예산은 사회적 관심을 끌지만, 대구시 예산을 편성한 대구시 공무원도, 이를 심사한 대구시의원도 10조 규모의 대구시 예산을 다 아는 이가 없을 듯하다. 그래서 우선 예산(안)을 공개하자는 것이다. 이익단체 등의 로비 때문에 공개하기 힘들다는 변명은 하지 말자. 로비한 결과가 예산(안)일 수 있으니? 예산(안)이 대외비도 아닌데 납세자는 접근금지된 상태다. 집행부 각 부서가 예산부서에 요구한 예산요구안을 볼 수 없다면, 조례 등을 사전 입법예고 하듯이 대구시의회가 집행부 예산(안)을 공개해 여론을 수렴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출처: 함께하는 세상 통권 316호(202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