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대구 아침의광장(FM101.3) 人(인)-터뷰(2023년 5월 3일 오전 8시 40분 <<<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과 그들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는 人(인)-터뷰입니다. 응급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지역 병원들이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이송 병원 선정 권한을 갖도록 정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응급의료체계를 바로 세우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짚어보겠습니다.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사무처장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이 글은 최종 방송 내용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질문 1>
지난 3월, 10대 학생이 응급실을 전전하다 구급차 안에서 숨진 너무나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대구에서는 이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유사한 사건이 있었죠. 2010년에 4세 ‘장중첩증’ 환자가 대구의 대학병원을 전전하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구미의 한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장 파열로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때 보건복지부는 관련 대학병원들에게 책임을 물어 과태료를 부과하고 신규 병원지원사업 제한, 응급의료기금 지원 제한 및 감액, 전문의 면허정지 등 패널티를 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사건 이후 대구시와 대형병원들은 허술한 응급 의료체계를 개선하여 신속한 이송과 수술 등을 위해 노력했지만, 또다시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속칭 ‘응급실 뺑뺑이’라 불리는 이번 사건은 사실 전국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한 응급환자 이송문제이기도 합니다. 응급환자 이송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 이유는 119구급대가 환자를 수용할 병원을 찾지 못해 떠돌 수밖에 없는 시스템의 허점 때문인데요. 응급실 과밀화 등 다양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질문 2> 지역의 응급실 과밀화는 십수년 째 개선되지 못했다고 지적하셨는데... 구체적인 실태가 어떤가요?
대구는 3차 병원인 상급종합병원을 포함 대형병원이 6곳이나 있어 위급한 환자가 갈 곳이 없어 ‘골든타임’을 놓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데요. 그러나 이런 일은 대구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실제상황입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1년 대구 병원응급실 내원 환자는 20만 9,957명으로 하루 평균 575명인데 비해 응급병상수는 337병상에 불과하여 대구지역 병원응급실은 사실상 포화상태입니다. 이런 연유로 대구는 응급실 과밀화가 전국 어느 지역보다 높고 구조적이어서 그간의 해소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응급실 과밀화가 심각합니다. 2020년 기준 대구지역 병원 응급실의 치료가능 사망자 수는 1,130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충북, 인천, 강원, 전남, 경북에 이어 6번째로 많고, 광역시 간에 비교하면 더욱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질문 3> 큰 병원이 많으면 그만큼 의료자원이 풍부하고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때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네요...
3월 19일 일요일 오후에 발생한 이번 사건을 복기하면, 대구시내 상급종합병원을 포함 대형병원 6곳이 여러 이유로 응급환자를 받지 못했고, 중소규모병원 1곳에 갔지만 치료가 힘들어 다시 다른 곳에 전화했으나 수용 불가능하다고 해 멀리 떨어져 있는 달서구의 중소규모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결국 사망했거든요. 이번 사건은 병원 이송 단계에서 119구급대가 수술할 병원을 찾지 못해 헤매면, 어느 병원이라도 무조건 들어가야 하는데 현재 제도적으로 방법이 없어 시스템의 큰 허점을 드러낸 것입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근본적 이유 중 하나가 응급실 과밀화인데요. 주로 대학병원인 상급종합병원은 전국적으로 총 45개가 있는데, 대구에 5개나 있습니다. 그런데 대구의 의료생태계는 상급종합병원은 많고, ‘허리 역할’을 하는 300병상 이상 규모의 종합병원 병상은 매우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대구의 상급종합병원은 접근성이 좋아 경증 환자조차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려 오래전부터 ‘응급실 과밀화’로 몸살을 겪어 왔습니다. 대구뿐 아니라 경북, 경남에서조차 응급환자가 올 정도인데요. 이로 인해 정말 신속히 치료받아야 하는 중증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발생하는거죠. 대구시의 대표적인 브랜드인 ‘메디시티(Medicity)’에도 걸맞지 않는부끄러운 지표이기도 합니다.
<질문 4> 이번 사건을 계기로 먼저 지역의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응급의학과 과장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고 응급환자 이송 원칙을 마련했다구요...
보건복지부와 대구시가 이번 대구 사건을 공동 조사 중이고, 경찰도 수사 중입니다. 시민적 관심도도 매우 높다 보니 4월 25일 6개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 응급의학과 과장들이 회의를 통해 응급환자의 수용문제 해결책으로 이송병원 선정 권한을 119구급대에 부여하는 결단을 내렸는데요. 중증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전산망을 통해 응급실 병상 여유, 이송 거리 등을 참고해 순차적으로 수용 가능한 병원을 확인하되 환자수용병원을 찾지 못하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어떤 병원이라도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겁니다. 물론, 이 같은 합의는 법적, 제도적 구속력은 없지만, 대구 사건 등에서 드러난 시스템 허점을 개선하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치료도 못받고 길에서 숨지는 일이 없어야 하기에 법적 권한은 아니지만, 대구의 대형병원이 119에 이 권한을 부여한 셈인데, 의미있는 진전입니다.
<질문 5> 이제 실질적으로 119 구급대의 역할이 큰데요, 대구소방안전본부와 병원을 연결하는 콘트롤 타워나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이 필요하겠어요.
대구소방안전본부가 5월1일부터 119구급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119구급지휘팀'을 운영합니다. 보도에 의하면, 3개 팀 6명이 24시간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여 구급 출동의 관제기능을 강화하고 병원선정이 어렵거나, 다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는 사고 등 현장 상황에 따라 이송병원을 조정하고 지원하는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건데요. 대구 대형병원이 이송병원 선정 권한을 119구급대에 부여하기로 한 합의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응급환자 이송문제를 제도적으로 부여받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만약 병원이 사정이 생겨 수용에 난색을 표하거나 반대로 어쩔 수 없이 응급환자를 받는 의료기관에서 수술 등으로 인한 불이익을 받는다면 언제든지 다시 과거로 회귀할 수 있습니다. 119구급대가 환자의 정확한 중증도 분류를 하기 힘들기에 이송단계에서의 권한을 보다 제도적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질문 6 : 방송에서는 시간 관계로 제외한 질문>
병상이 없어서 골든타임을 놓치기도 하지만 전문의가 없어서 돌고 도는 경우도 많은데요, 이 부분은 더 해결이 어려운 것 아닌가요?
소방청이 펴낸 ‘119 구급서비스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2년 구급차가 응급실에 갔지만, 환자를 받아주지 않아 재이송된 사례는 총 7,634건이나 됩니다. 가장 빈번한 사유는 전문의 부재(31.4%)였고, 그다음이 병상 부족(17.1%)이었습니다. 이번 사건이 벌어진 일요일 같은 경우는 당직이 없는 과가 대부분이고, 또 응급환자 수술은 배후 진료과와의 연계가 필수적인데 필수의료 의료진들의 부족 현상은 지방이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응급실뿐만 아니라 배후 진료과가 24시간 돌아가는 병원이 있어야 위급한 중증 환자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데요.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응급실에 도착하고도 수술할 의사가 없으면 또다시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고 특히 지역의 필수의료진료가 가능하도록 정부가 제도적인 보완과 지원을 해야 합니다.
<질문 7> 대구시나 대구시의회 차원에서 응급의료체계를 개선하는 움직임은 있나요?
답) 현재 대구시는 보건복지부와 함께 이 사건을 공동조사 중이어서 대책을 내놓은 것은 없고요. 대신 임인환 대구시의원(중구1)이 응급환자의 이송체계 개선 등 응급의료 대응체계 강화를 위한 '응급의료 지원에 관한 개정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고, 5월 4일 내일 300회 임시회 본회의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 개정안은 지역응급의료 이송체계 마련과 응급의료기관간 협력체계 구축, 응급의료위원회 설치를 통해 중증응급환자의 이송체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 골자인데요. 최근 발생한 사건 등으로 기존 조례를 전면 개정하여 지역응급의료 대응체계를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예산추가 지원 등 실효성있는 대책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상위법인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등의 개정을 통한 정부 역할의 강화와 예산 지원 등이 있지 않고서는 조례로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질문 8> 대구시뿐 아니라 정부도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요구하셨어요..
분초를 다투는 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생명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2010년 사건처럼 정부는 이번 사건을 조사해서 관련 병원에 패널티만을 준다면, 이 같은 사건은 또다시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잘못된 부분은 철저히 가려 강력한 조치를 취하되, 6개 대형에서 결단한 것처럼 정부와 대구시가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도록 실효적이고 제도적인 특단의 대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필수의료 공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응급의료체계는 붕괴되어 응급실 과밀화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기에 특단의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예산과 인력 지원을 정부가 내놓아야 된다고 봅니다.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과 얘기나눴습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