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2월 7일(화) KBS대구 생생매거진오늘(FM101.3) 11시 28분 은재식 사무처장(인터뷰 요약)
<질문 1> 그간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어떤 방식으로 에너지 비용을 지원해 왔는지... 이 얘기부터 좀 해보죠.
에너지 빈곤층 지원과 관련한 정부의 감면제도는 크게 3가지인데요. 전기요금 할인은 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 한해 월 1만원에서 1만6천원, 하절기에는 월 1만2천원에서 2만원까지 할인을 해주고 있고요. 도시가스요금은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등에 감면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에너지 취약계층이 전기, 도시가스 지역난방, LPG, 등유, 연탄 등을 구입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난방비를 지원하는 에너지바우처(일종의 쿠폰) 제도는 소득기준과 가구원 특성을 모두 충족해야 지원 받을 수 있고요. 단, 사회복지시설거주자(보장시설 수급자)나 한국에너지재단의 등유 나눔카드를 발급받거나 한국광해관리공단의 연탄 쿠폰을 받는 사람은 에너지바우처에서 제외 됩니다.
<질문 2> 정부가 내놓은 에너지바우처 확대와 추가 지원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하나요?
에너지빈곤층의 사각지대가 매우 많아 사회문제가 되었는데요. 정부가 뒤늦게 1월 26일에 이어 2월 1일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대책을 연이어 발표했습니다. 골자는 모든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게 작년 12월에서 올 3월까지 4개월간 최대 59만 2천원을 가스요금 할인을 통해 지원하는 겁니다. 이번 2월 1일 정부대책은 에너지바우처 미수급자가 많고,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이 적다는 비판을 의식해 나온 발표로 보입니다.
<질문 3> 그러면... 기존에 에너지 바우처를 받고 있는 기초생활수급 가구에는 가스비 할인을 추가해 주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기존에 에너지바우처 대상에서 제외된 기초생활수급자가 많았고, 차상위계층은 아예 에너지바우처 지원대상이 아니었어요. 이번 정부대책은 이들 모두에게 최대 4개월간 59만2천원을 지원합니다. 예를 들어 기초생활수급 1인가구 1년 에너지바우처가 153,700원인데, 추가로 437,300원을 지원해 최대 59만2천원까지 가스비 할인으로 감면해준다는 것이죠.
<질문 4> 그간 차상위계층에서 복지 사각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에너지 지원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차상위계층까지 다 더하면 난방비 지원을 받는 가구는 얼마나 늘어날까요?
차상위계층은 가구의 소득인정액이 중위소득 50% 이하 계층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이전 단계에 있는 계층인데요. 수급자에 대한 지원도 부족하지만, 바로 빈곤층으로 추락할 위기에 처한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에너지바우처나 전기요금 할인 대상도 아니었고요. 이번 난방비 폭등으로 정부 1차 대책에 차상위계층이 포함되어 가스요금으로 14만4천원을 할인받는데, 이번에 44만8천원을 추가로 할인받는 셈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의 기초생활수급자 169만9천가구와 차상위계층 31만9천가구 등 201만8천가구가 지원대상이고, 이중에 83.6%가 도시가스 이용가구이니 에너지빈곤층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5> 그런데... 기초생활수급자인데도 에너지바우처를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대구는 어떤가요?
올 1월 26일 기준으로 대구의 총 기초생활 수급자 가구는 102,860가구인데요. 에너지바우처 신청가구는 작년 연말 기준으로 61,832가구에서 올 1월 30일 62,533가구로 한 달 사이 701가구가 증가했습니다. 그래도 대구의 에너지바우처 지원대상은 전체 기초생활 수급자 가구 중 60.8%에 불과합니다. 즉, 정부의 추가대책이 없었으면 39.2%는 지원을 못 받고 추운 겨울을 버텨야 했다는 것이죠.
<질문 6> 기초생활수급자라면... 당연히 에너지바우처를 받을거라 생각하는데... 40%가까이 제외된 이유가 뭔가요?
에너지바우처는 소득과 가구특성 모두를 충족한 가구 중 신청을 해야 받을 수 있습니다. 에너지바우처는 가구원 수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데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생계·의료 수급자 중 노인, 영유아, 중증장애인 등의 가구원이 있어야 신청이 가능합니다. 그러다보니 제도의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했고, 여기에 대상이 되어도 몰라서 신청을 하지 않아 가구가 많았다는 것이죠. 에너지바우처나 각종 감면제도는 신청에 의해 지원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원에서 누락돼도 사후 관리가 잘 안 되어 왔다는 거죠. 정부와 대구시·경상북도가 갑작스럽게 에너지 빈곤층을 집중 발굴하고 나선 이유이기도 합니다.
<질문 7> 정부지원책이 나오고 대구시와 경상북도도 난방비 추가 지원책을 발표했습니다. 이게 기존 지원을 받지 못한 사각지대를 지원하는 건가요?
2월 1일 정부 발표 전에 대구시는 에너지바우처 미수급자 4만1천가구와 난방비 지원 사각지대인 차상위계층 1만7천가구에 가구당 10만원씩 총 58억원을, 경상북도는 기초생활 수급자 가구당 10만원씩 105억원을 지원한다고 공식 보도자료를 냈는데요. 대구시는 기존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기초생활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대상이고, 경상북도는 기초생활 수급자를 대상인 점이 차이입니다. 경상북도의 경우, 에너지바우처 대상자인 기초생활 수급자의 경우 추가로 10만원을 더 받는 셈입니다. 산업부는 지자체의 추가 지원 등으로 역전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한다는 입장입니다.
<질문 8> 대상자가 직접 알아서 빨리 신청하면 좋겠지만, 정보를 모르다거나 또 외부와의 관계를 끊고 지내는 분들 같은 경우는 알아서 신청이 안 될 수 있잖아요. 누락되지 않는 방법을 좀 찾아야겠어요.
근본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는데요. 제도마다 신청주의에 의해 지원되다 보니 사각지대 발굴 문제가 늘 도마 위에 오르고 있잖아요. 정부는 이번 기회에 기초생활 수급자 신청시 에너지바우처 신청을 동시에 하는 것으로 보건복지부와 협의하여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에너지바우처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관리하고, 기초생활보장은 보건복지부가 관리해왔는데 이번 사태로 연동하겠다는 것이죠. 사각지대 발굴과 누락방지에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그런데, 더 근본적인 것은 신청자격 여부나 절차, 방법 등을 몰라서 신청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는 거죠. 대상자가 신청하지 않더라도 정부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질문 9> 올 겨울... 지역의 여라 복지시설들도 난방비 걱정이 크다고 하는데요, 상황이 어떤가요?
사회복지시설 수급자는 사회복지시설로 난방비를 지원하고 있어 에너지바우처 제외대상입니다. 난방비 폭등으로 대구시는 당초 지원예산보다 추가로 지원하고 있으나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례로 가정해체로 인해 최대 7명의 아동을 돌보는 한 아동공동생활가정의 경우, 대구시로부터 난방비를 30만원씩 2개월 추가 지원 받았지만, 한 달 난방비만 60여만원이 넘어 대구시 지원금으로는 어림도 없다는거죠. 사회복지시설별 차이가 있기 때문에 대구시가 꼼꼼하게 전수조사해서 추가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질문 10> 올 겨울 난방비 지원은 한시적이고... 에너지 가격은 앞으로 더 오르게 됩니다. 근본적인 대책을 찾아야 하는데요, 어떤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세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선제적으로 나왔어야 마땅합니다. 그래야 에너지빈곤층은 지원을 예상하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수준의 난방을 이용함에 따라 사각지대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처럼 뒷북대책을 반복해서는 안되고요. 그리고 가스나 전기요금은 올해도 계속 인상될 것으로 보여, 지금의 에너지문제는 빈곤층부터 자영업자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가스와 전기를 아낄 방안을 마련하고, 대중교통 이용에 혜택을 주는 방안 등 가스뿐 아니라 에너지원 전반에 대한 ‘저소비 체계’를 만들도록 서둘러야 합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