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건에서 복지로] 3. 교육이 배제된 교육 공약이 아닌 교육 가능한 공약이 되길 바라며
김봉석 전교조 대구지부 전 대변인(동변중)
코로나19로 인해 거리의 열기는 아직 식어 있지만,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열기만은 뜨거울 듯하다.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해 온갖 공약을 고민하고 이를 알리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난 지역에서 가슴에 와 닿을만한 공약을 아직 보지 못했다. 그건 진보든 보수 후보든 마찬가지였다.
당선이 시급한 총선 후보들이 당장 눈에 보일만한 성과에 집착하지 않기란 어려운 일인 듯하다. 학교 강당을 짓는다든가, 소위 명문 학교를 유치한다든가, 예산을 확보해서 각종 특별프로그램을 도입해 명품 교육을 하겠다는 공약 등이 그러하다. 거기에 입시성과가 곧 교육성과라는 왜곡된 인식으로 만들어낸 수많은 교육 공약도 학교를 더욱 교육 불가능한 공간으로 내몬다. 입시에 도움될 것이라는 이유로 수백 억이 투입된 일반고 기숙사 정책(지금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이나 과거 보충수업처럼 운영되는 수준별 방과후 정책. 연간 수십억을 쓰면서 고작 수백 명의 학생에게만 적용되는 IB교육과정, 수많은 비정규직 시간 강사를 양산하는 한시적 특별프로그램 도입 등.
반면 대구교육정책에는 학생인권보호 관련 정책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하기에 작년 스쿨미투 목소리에도 교육 관료들은 사안 덮기에 급급했다. 학교비정규직의 차별 철폐와 생존을 위한 대화 요구에는 교육청 출입문 통제장치로 응답했다. 학교당 연간 3만개가 넘는 공문과 600개가 넘는 교육청 주요사업, 1200개가 넘는 공모사업은 교사와 학생들이 차분히 마주 앉아 고민을 나누고 대화를 나누게 하기보다 컴퓨터 앞에 매달리게 만든다.
학교는 학생과 교육노동자들의 삶이 이루어지고, 배움을 가꾸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입시와 경쟁에 매몰된 학교는 실상 학생들의 서열을 나누고 승리자와 패배자로 구분하기 급급하다. 학생들은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을 지식을 배우기 위해 하루 15시간씩 시간을 허비하면서 삶과 쉼, 저녁이 없는 가학적 학습노동으로 내몰린다. 이렇게 경쟁과 서열에 매몰된 학교는 필연적으로 차별과 혐오, 배제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인간으로서의 온전히 권리를 누리지도 못했고 존중받지도 못했으니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기란 어렵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민주시민으로의 자질을 배우기도 어렵거니와 창의력 함양은 구호로만 그치기 마련이다. 약자를 배려하고 모든 존재를 권리를 보장하며 민주적인 학교 운영의 원칙이 지켜졌을 때 학교는 그곳을 살아가는 모든 존재의 삶을 온전히 보장할 수 있고 진정한 배움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환자와 의료인의 목소리가 배제된 보건의료 공약, 장애인과 복지 전문가의 목소리가 배제된 장애복지 공약이 허상에 그치듯 학생과 교육노동자의 목소리가 배제된 교육 공약 또한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 만18세 선거권 인하로 청소년 목소리 중 극히 일부가 반영될 수 있는 여지가 발생했지만, 기득권층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기계적 잣대를 들이대며 청소년들에게 여전히 우리 사회와 교육 문제에 대해 침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시민을 양성해야 할 교사들 또한 시민으로서의 기본 권리를 제대로 경험한 바 없다. 논쟁성 있는 이슈와 관련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직접 듣고 토론하며 고민도록 하는 것이 살아 있는 교육이건만 교사들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이름으로 무조건 침묵할 것을 강요받는다.
나는 정치가들이 자신이 가진 권한을 이용해 무언가를 성취했다고 자랑하기보다 자신의 권한을 시민과 당사자들에게 돌려주었노라고, 그들이 가져야 할 정당한 권리를 원래 자리로 돌려놓았노라고 자랑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성과를 자랑하기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더 듣기 위해 노력했노라고 자랑하는 후보자들이 더 많이 나타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