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재 _ 우리복지시민연합 정책실장
산격동 옛 경북도청 자리로 이전한 대구시 별관에서 퇴근버스를 운행하고 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퇴근버스가 원래 있는 줄 알고 무슨 문제가 있는거지라고 생각했는데, ‘원래 출근버스만 있고 퇴근버스는 없다’, ‘10명 정도 이용하는데 왜 하루 두 차례씩 운행을 하나?’,‘ 몇몇 공무원을 위해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내용.
어릴 적 경북도청 근처 침산동과 산격동에 살기도 했고 지금은 사라진 경북도청 옆 50원의 입장료를 내면 들어갈 수 있는 과학관에도(지금도 있나?) 자주 갔었기에 동네도 궁금하고 사실 확인도 하고 싶었다. 우선 별관 담당부서에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해봤다.
나 : “왜 운행해?”
공무원 : “직원 몇 명이 불편하다며 배차해 달래서 그랬어.”
나 : “별관에 817명 근무하지? 하루에 몇 명 이용해? 30인승 차량이라던데 가득 안차지?”
공무원 : “몇 명은 모르겠는데... 가득 차지는 않아.”
나 : “어디까지 운행해?”
공무원 : “별관에서 대구역지하철까지 운행해.”
나 : “별관 앞에서 꼴랑 4코스인데, 버스타고 지하철로 환승하는게 힘들어? 거기가 산간벽지야?”
공무원 : “하긴 그렇네.”
나 : “니가 생각해도 글치? 시민세금을 공무원 몇 명이 때 썼다고 쓴다는 게 말이 돼?”
공무원 : “좀 그렇지? 그래서 내년에는 없어질 지도 모른다는...”
나 : “니 생각은 말하지 말고~”
공무원 : “아하하~ 미안...” |
사무실에서 조금 일찍 나와 버스를 타고 찾아간 대구시청 별관. 바로 맞은 편 버스정류장에 내려 별관입구로 들어가는데 퇴근자가용들이 한꺼번에 빠져나온다. 6시 10분, 6시 30분 2회 운행에 각각 15명씩 총 30명 정도가 이용했다. 몇 명의 공무원이 불편하다는 요구로 퇴근버스를 운행한다는데 별관 앞에서 대구역 지하철역까지는 버스로 고작 4코스이다. 그게 힘들다면 아이처럼 때 쓰지 말고 자동차를 구입하시라. 차가 있다고? 그럼 자기 돈 내고 주유하는 건 아깝고 버스유류비, 운전기사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시민의 세금은 아깝지 않나?
대구시가 시내버스, 지하철요금을 올린다고 한다. 시민들이 이용하지 않아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란다. 대구시청이 3호선 과다예측으로 대중교통정책을 실패해놓고 책임전가는 어영부영 시민들에게 요금인상으로 떠넘기고 공무원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꼴이다.
간단한 논평을 내고 뉴스에 나오니 별관에서 전화가 왔다.(역시 뉴스가 나와야 연락이...) 어떻게 하면 좋겠냐라고 의견을 묻는다. 4코스는 환승하던지, 자가용 끌고 다니라고 했다. 내년 운행에 고려해 보겠다라고 한다. 고려는 됐고 내년 되자마자 또 확인할 거라고 했다.
별관에서 마지막 퇴근버스 출발하는 것을 보고 버스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 어깨쳐진 시민들의 모습이 서글프다. 도청교 건너편 대구시 별관. 산간벽지, 오지가 아니다. 정신 좀 차려라
출처 : 함께하는 세상 2016년 12월호 통권 231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