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재식 _ 복지연합 사무처장
우레탄을 먼저 깔고 KS기준(2011년 4월)을 마련한 정부의 뒷북과 납이 검출된 이후 내놓은 교육부의 한심한 지침들(트랙 위 앉지 말기, 손 씻기, 접촉금지 등)에 이어 대구와 경북교육청의 늑장, 무신경, 무대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시민혈세 낭비와 안전과 학생건강권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주요 쟁점부분을 싣는다.
● 대구, 경북지역 초중고 우레탄트랙 유해물질 검사, 최종 결과
우레탄트랙이 설치된 대구 134교 중 71.6%인 96교, 경북 180교 중 71.7%인 129교에서 납 성분이 KS 기준인 90mg/kg(90ppm)를 초과했다. KS기준이 제정되기 전인 2011년 4월 이전에 조성된 대구 84개교 중 95% 인 80교, KS기준 제정 후 설치된 50개교 중 32%인 16교도 기준치를 넘었다(경북 93%, 32%).
● 놀라운 것은 학교별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 최고 130배
대구의 경우, 대청초(2002.12 설치)가 기준치의 130배가 넘는 11,700mg/kg으로 가장 많이 검출되었으며, 다음으로 대구동부고(2011.1)가 60배 넘는 5,415, 서남중(2002.12) 4,737, 동도중(2009.1) 4,567, 조일로봇고(2006.3) 4,139 순으로 검출되었다. 경북은 고령고(2011.8)가 기준치의 98배인 8,787mg/kg으로 납 오염이 가장 심했으며 이례적으로 크롬이 37mg/kg(기준 25mg) 검출되었다. 대체적으로 설치가 오래된 학교일수록 납 검출량이 많았지만 들쭉날쭉했다. KS 기준 제정 후 과다 납이 검출된 학교가 대구와 경북 모두 32%인 점을 감안하면 최저가 입찰을 통해 공사비를 아끼려고 공업 폐기물로 만든 저급 재료를 사용했을 소지가 다분히 높다.
● 교육부, 교육청, 학교의 후속조치는? 인조잔디 운동장 재판, 대표적 예산낭비 사례
직접 접촉방지를 위해 우레탄트랙에 덮개를 설치한 것이 전부다. 대구시교육청은 철거비용으로 한 학교 당 4천만 원을 계상하여 제2회 추경예산에 40억 원을 편성했다. 반면, 경북도교육청은 중앙정부인 교육부가 추진한 일이니 교육부의 예산 지원을 기다리고 자체 추경계획은 없다. 그러나 한 학교 당 개보수 비용이 적어도 1억 이상이 필요해 보여 중앙정부 차원에서 예산지원이 없으면 개보수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전국적으로 60%로 잡아도 1,600여개 학교가 교체대상으로 약 2천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 수천억
을 들여 조성하고, 또 수천억을 들여 개보수하는 셈. 인조잔디 운동장을 대대적으로 조성했다가 뒤늦게 납과 카드뮴이 함유됐다며 교체한 것이 불과 몇 년 전인 데, 똑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 여전히 뛰어놀고 있다. 안전불감증은 여전...
우레탄트랙 위에 덮개를 깔았지만 여전히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뛰어놀고 있다. “출입통제만 하면 뭐하나? 벌써 5~6년 그 위를 다니고 뛰어 놀았던 아이들은 누가 책임지냐”고 부모들은 하소연한다.
● 최근 중국도 학생들이 코피를 흘리고 어지럼증을 호소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성장기 아동들이 납 성분에 노출되면?
성장기에 있는 아동들은 성인에 비해 납을 쉽게 흡수하기 때문에 납중독 위험이 대단히 높다. 특히 납중독은 증상이 나타나면 완치가 어려운 ‘비가역적’ 질환이기에 사후대처보다 사전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포괄적인 보건 및 안전을 목표로 모든 질병을 예방하여 건강한 생활환경 등을 도모하는 CDC라는 기관이 있다. 이 기관 산하에 아동 납중독예방프로그램을 설립하여 30년 가까이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는 경미한 혈중 납 농도라도 아동의 학업성취도, 인지능력, 이상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학생 건강문제는? 높은 위험군에 대한 선별 건강영향평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학생 건강문제에 대해 중앙정부나 교육청은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오히려 학생들의 혈중 납농도와 우레탄트랙과의 상관관계가 없기 때문에 고위험군 학생에 대한 혈중 납농도 선별검사는 필요 없다며 그 상관관계를 학부모가 입증하라는 것. 그러나 학부모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혈중 납 농도 건강검진을 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학생 건강권 차원에서 반드시 조사하고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 학교 밖 시설은 안전한가? 사각지대 존재
학교 밖 공공체육시설에 깔린 우레탄트랙에 대해 뒤늦게 정부가 유해성 조사를 9월말까지 벌일 방침이지만 민간체육시설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민간체육시설에는 스포츠센터가 많다. 최근,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 대학교 운동장과 자전거 도로 등에도 우레탄이 깔려 있다. 민간체육시설에는 유해성 조사를 하지 않아 ‘수박 겉핥기’ 점검을 벌써부터 우려하고 있다.
>>> 복지연합 문제제기에 대한 의견 <<<
강한별 : 우레탄 트랙의 납성분 기준치가 초과했으면 관련자 처벌은 당연한 것이고, 더욱이 학생들이 활동을 하는 학교에서 기준치가 넘었을 경우 처벌 수준은 더 강화하고 안전조치를 취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대구교육청 시정 바랍니다.
김태호 : 이젠 아이들 뛰어노는 운동장에 중금속까지?! 설마 조기교육(?)을 위한 원소기호 체험장이라 변명하시진 않겠죠? 지식의 전달만이 교육은 아니지 않나요? 정말 뭐시 중헌지도 모르믄서 ... 이런...
김희진 : 우레탄트랙이 최초 설치된 지 10여년 전이라면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지속적으로 납에 노출된 학생이 있을 수도 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추적조사를 통한 학생들에 대한 건강영향평가와 사후조치를 반드시 책임지고 실시해야한다.
박동인 : 돈벌이 밖에 생각하지 않는 어른들이 문제…. 또 그걸 소홀히 넘어가는 정부기관은 더욱 문제….
심지영 : 학생에게 유해하지 않은 것을 찾는게 더 힘든 세상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당장 납 범벅인 우레탄을 걷어내야 한다!! 윤여국 : 유해성이 확인된 만큼 시설개보수와 함께 학생들 건강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종춘 : 교육부만이 아니라 대구교육청도 해산하세요..'교육수도'가 이런 겁니까!! 천재곤 : 어제까지 뛰놀던 운동장을 폐쇄하고 예산타령하며 기약도 없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대구교육청의 행정입니다. 적게는 6개월, 많게는 2년6개월을 뛰놀았던 아이들에 대한 조치는 전무한 곳이 대구교육청입니다. 절차만 따지고 눈치만 보는 교육행정 이제 지긋지긋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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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함께하는 세상 2016년 7월호 통권 226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