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1년, 대구의 감염대책을 점검하다. 622명의 대구시민 서명으로 시민정책토론 열려...
2016년 6월 9일, ‘메르스(MERS) 1년! 감염병 관리, 변화와 대응과제’ 를 주제로 622명의 대구시민이 대구시에 청구한 시민정책토론회가 7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메르스 유행 1년을 맞아 대구시가 추진한 정책들을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이날 토론회는 감신 경북대 의대 교수의 사회로 김종연 대구가톨릭대 교수의 발제, 그리고 6명의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 좌장 : 감신 경북대의대 교수
대구시로부터 ‘대구형 감염병예방관리체계 구축’ 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김종연 대구가톨릭대 의대교수(예방의학)는 ‘메르스 1주년 대구시 감염병 대응현황’이라는 주제발제에서 “지난 해 메르스 확진자 발생 이 후 확진자 접촉자 관리, 확진자에 대한 정보관리, 메르스에 대한 홍보, 대구의료원의 적극적 개입 등은 대구시의 성과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부분 문제점을 노출시켰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불명확한 지침에 의한 현장 혼란, 보건소와 시청의 불통, 효율적인 관리체계 부족, 메르스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에 대한 보건조직의 역량과 경험부족 등과 아울러 의료쇼핑 등 메르스가 확산될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병원문화는 아직도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 주제발제 : 김종연 대구가톨릭의대 교수
김종연 교수는 감염병 주요 전파유형별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대구형 감염병 예방관리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지역사회 전파를 막기 위해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이 확산 될 때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교수는 현재 대구형 감염병 예방 및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있다.
이어 6명의 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장무길 남구보건소장은 “남구에만 3차병원이 두 곳 있었고, 사전 준비와 메르스 확진환자 발생 후 확산방지에 전력 투구했지만, 세월호 사건처럼 의전과 보고에 치중하다보니 행정편의적 대응을 경험했다며, 장비보강 등 현장 위주의 행정과 정책집행을 요구”했다.
다음으로 이정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지부장은 경북대병원의 허술한 신종플루 감염병 취급 사례를 언급하며 “경북대병원이 비용절감 때문에 직원 감염에 정확한 지침을 조기에 내리지 않고, 오히려 쉬쉬하다가 언론보도 후 시정되는 일이 발생했다”며 “최근 840명이 참여한 직원 설문조사에서도 95%가 병원 감염 등에 대한 병원의 잘못된 태도는 시정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 토론 : (왼쪽에서)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이정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지부장, 최창수 행동하는의사회 대구지부 대표, 허지안 영남대의대 교수, 백윤자 대구광역시 보건정책과장, 장무길 대구시 남구 보건소장
그 다음 토론으로 최창수 행동하는의사회 대구지부 대표는 “질병관리본부의 의사결정구조가 불투명했기 때문에 메르스는 확산될 수밖에 없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 단위의 감염병 관리본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한 최 대표는 “지난 해 대구의료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공공의료 인프라 구축과 이동의 자유 등을 제한하는 격리에 대한 인권적 접근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허지안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감염내과)는 “감염병 대응을 위해 감염병 경로를 차단하고 감염원의 격리 및 치료, 예방접종이 필요하며, 감염경로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발열 및 호흡기 환자 분류 진료와 동선분리 등 적절한 격리병동 운영, 방문객 원천 제한 등의 조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허 교수는 “아무리 매뉴얼이 잘 마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감염병 대응 모의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메르스 사태 때에나 1년이 지난 지금이나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이 안된다며, 특히 전염병은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사회적 협의와 동의과정이 매우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은 처장은 “일방적인 대구시의 정책 수립과 집행이 아니라 시민단체와 병원노동자 등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견인해 시민들과 병원내의 상황을 적극 수렴할 것”을 요구했다. 은 처장은 “대구시가 발표한 메르스 백서에서 밝힌 추진과제와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들을 메르스 1년을 맞아 소상히 정리해 시민들에게 알릴 것과 향후 민주적 거버넌스 실현을 위해 투명성, 책임감, 민주주의, 인권에 기초한 감염병 예방 관리 계획 수립"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백윤자 대구광역시 보건정책과장는 “▷시 역학조사관 2명 확충(진행 중) ▷ 보건소 감염관리 장비 보강 ▷ 국가지정 음압입원치료병상 12병상 추가 확충 ▷ 민간 역학전문가 네트워크 유지·운영 ▷ 응급실 출입통제 시스템 설치 ▷ 병문안 문화만들기 사업 추진 ▷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등을 제시했다. 대구시는 “대구형 감염병 예방 및 관리시스템 구축을 올 연말까지 마무리하고, 보건소 등 담당자 역량강화를 위해 신종 감염병 위기 대응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며, 대구의료원에 감염내과를 신설하여 의사를 채용할 계획이며, 2017년 ‘대구광역시 감염병관리본부’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회에서는 이날 제기된 각종 내용과 제안들을 수렴하여 대구시 차원에서 지난 1년간 진행상황과 향후 대책 등을 조속한 시일내에 발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감염병과의 전쟁은 인류가 종말 될 때 까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얼마나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여 지속적인 훈련을 하고, 검역과 격리에 치중하기보다 시민들의 설득과 협조를 통해 감염병 대책을 마련하는가가 중요하다. 이번 토론회는 이런 의미에서 큰 의의가 있었다.
